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벤처캐피털 선진화'의 속뜻

[기자의 눈] '벤처캐피털 선진화'의 속뜻 이상훈 기자 shlee@sed.co.kr 정부가 최근 발표한 벤처캐피털(VC) 선진화 방안의 속뜻은 뭘까. 주요 방안을 살펴보면 ▦펀드 내 40% 해외 기업 투자 가능 ▦해외에서 펀드 설립 허용 ▦해외 VC의 펀드 운용 가능 등을 담고 있다. 복잡해 보이지만 골자는 ‘해외 투자나 해외 자금 유치와 관련한 규제를 풀었다’는 것이다. VC 업체들로부터 근래에 자주 듣는 푸념 가운데 하나는 ‘투자할 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곰곰이 따져보면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있다. 지난 2000년 한때 147개까지 늘어났던 창투사는 현재 100개 정도로 줄었다. 이것도 공식 집계일 뿐 실제 활동하는 창투사는 20~30개에 불과하다. 반면 벤처기업 수는 최근 3년6개월 만에 다시 1만개를 넘기면서 ‘부활’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창투사는 줄고, 투자할 기업은 더 많아졌는데도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다는 난센스가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업체들의 넋두리를 단순한 하소연으로 치부할 수만도 없다는 점이다. VC들이 과거 무원칙한 투자에서 혼쭐난 경험 덕에 이제는 ‘알짜’ 기업에 투자를 집중하다 보니 빚어지는 현상인 만큼 어찌 보면 ‘시장 정비’의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창투 업계의 입에 붙은 푸념도 일리는 있어 보이는 것이다. 정부의 선진화 방안과 업계의 고민 사이에 접점을 찾는 일이 그래서 필요하다. 이번 방안은 ‘국내시장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좀 더 넓은 시각을 가져라’는 ‘권고’에 가깝다. 이는 VC 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급속도로 변모해가고 있는 데서 연유한다. 오는 2008년 발효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은 거대 금융기관의 탄생으로 이어져 VC의 업무 영역을 가만 놔두지를 않을 것이다. 여기에다 벤처기업도 글로벌 경쟁력이 없으면 생존이 힘든 만큼 펀드의 글로벌 소싱은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예전처럼 모태 펀드 등 정부에서 대주는 돈으로 펀드를 만들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어림없다는 얘기다. VC 선진화 방안의 숨은 뜻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생존을 위해서라도 해외에 관심을 가져라. 만약 여력이 안된다면 나중에 인수합병(M&A)의 운명에 놓일 것이다.’ 입력시간 : 2006/06/1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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