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쿠바 독재의 종말

카스트로의 권력 이양을 놓고 쿠바는 카스트로 이후를 준비하고, 미국 마이애미는 환호하며, 워싱턴은 대쿠바 전략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아바나에서 들리는 소식은 단지 79세의 피델 카스트로가 장출혈 수술에서 회복하는 동안 임시로 그의 75세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권력을 넘기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역사적인 권력 이양의 순간은 이처럼 평범하게 시작됐다. 미국의 관심은 쿠바를 민주적이고 경제적으로 역동적인 국가로 바꾸는 데 있다. 이는 쿠바 국민들이 수십년간 외쳐왔던 점이기도 하다. 쿠바의 높은 교육 수준, 기술력과 인적 에너지, 지리적 장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결코 실현 불가능한 환상이 아니다. 그러나 조속한 시일 내에 실현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워싱턴은 카스트로 형제의 후계자가 독재정권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이들과 관계를 수립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쿠바의 발전을 위해 가장 건설적인 역할을 맡는 데 주력해야 한다. 경제 제재를 조속히 해제한다면 쿠바의 위축된 중산층을 살릴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쿠바를 정치적으로 전환시키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은 아바나의 정부 통제력이 불안정해졌을 때 일시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망명객들이 밀려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쿠바계 미국인들이 서둘러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들이 과거에 보유했던 자산이나 정치적 지위를 되찾겠다고 시도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이런 모든 준비 과정은 마이애미의 쿠바계 미국인 커뮤니티에 머물고 있는, 정치성이 강한 망명인사들이 과거지향적인 환상에 사로잡혀 개입할 때 복잡해질 수 있다. 현재 부시 대통령의 동생이 주지사로 있는 마이애미(플로리다주)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 세력이 비슷하고 이 때문에 이곳 주민들의 투표권이 대선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진다. 그래서 이곳에 거주하는 쿠바계 망명객들의 의견은 분명 워싱턴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부시 정부가 직면한 과제는 다른 계층의 의견 역시 카스트로 이후의 전환 과정에서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워싱턴의 ‘포스트 카스트로’ 정책은 마이애미에 정치적으로 망명온 쿠바 인사들에 의해 좌지우지 돼서는 안된다. 이제까지 열명의 미국 대통령들이 피델 카스트로가 사라진 쿠바를 열망해왔다. 만약 부시 대통령이 쿠바 전환 과정에서 망명인사들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면, 그는 더 나은 포스트 카스트로 시대를 건설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 첫번째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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