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로 취임 1년을 맞는 '경제 대통령'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대한 월가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취임 당시만해도 물가가 치솟고 주택시장이 침체되는 등 어려움을 겪던 미 경제가 지금은 적절한 통화정책에 힘입어 연착륙의 발판을 성공적으로 마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FRB의 정책의 투명성을 높인 점이 높게 평가 받고 있다. 씨티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디클레멘트는 "버냉키는 경기 확장 국면을 건드리지 않고도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성공했다"며 "이것이야말로 가장 값진 성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취임초기에는 역대 최고의 FRB 의장으로 평가되는 앨런 그린스펀 전임 의장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비교되는 개방적이고 탈 권위적인 리더쉽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그러나 FRB 내부의 의견을 원만하게 수렴,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를 보다 민주적이며 투명하게 만들었다는 호의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스타일 탓에 이에 적응하지 못한 시장과 FRB 내부의 비판에 시달려야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의 화법이 그린스펀 보다 알아듣기 쉽기 때문에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있다는 찬사까지 나온다. 버냉키 의장이 취임 1년의 통과의례는 무난히 치러냈지만 본격적인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취임 2년째를 맞은 버냉키 의장의 가장 큰 도전은 경기 연착륙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