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삼성중공업에서 20년동안 근무중인 김모(41) 기원(관리직인 기장 바로 밑 직급으로 기술직중에는 가장 높은 직급)은 올해 초 '대학' 입학 결정 소식을 듣고 날듯이 기뻤다. 삼성중공업에서 운영하는 사내대학인 삼성중공업공과대학 안전보건환경(HSE)과에 입학하게 된 것이다. 경쟁률이 세고, 주위 추천도 필요해 서류를 내 놓고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드디어 합격통지를 받은 것이다. 김 기원은 96년 고교 졸업후 삼성중공업 기능직 사원으로 입사했다. 당시 주변 여건때문에 대학진학을 포기했던 기억이 못내 아쉬웠는데, 사내대학 진학을 통해 마음의 짐을 덜게 된 것이다. 김 기원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진학을 포기한 게 늘 아쉬웠다"며 "사내대학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하면 전문 학위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쁘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대기업들이 맞춤형 인재 개발을 위해 2005년부터 개설하기 시작한 사내 대학들이 인기다.
22일 산업계와 교육부 등에 따르면 대기업에 개설돼 있는 사내대학은 전국적으로 8개다. 2005년 3월 경기도 용인에 삼성전자 공과대학이 개교를 시작으로 2007년 경남 거제의 삼성중공업 공과대학, 2011년 서울의 SPC 식품과학대학, 2013년 거제 대우조선 해양과 KDB 금융대학, 울산 현대중공업 공과대학, LH 토지주택대학, 올해 개교한 포스코 기술대 등이다.
이들 사내 대학은 200인 이상 사업장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근로자를 위해 학교법인 설립없이 회사안에 교육장을 설치해 전문학사(2년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졸업과 함께 전문학사 또는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모든 경비는 회사가 부담한다.
산업계 최초로 교육부 인가를 받아 문을 연 경기도 용인에 있는 삼성전자 공과대학은 사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현장 중심 반도체 전문가 배출을 목표로 비용은 회사가 전액 부담한다. 현재 학부과정은 반도체 공학과 디스플레이공학의 두가지 전공으로 3년 9학기제를 채택하고 있다. 사내대학을 나오게 되면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어 내부 입학 경쟁도 치열한 편이다. 10~20년간 쌓은 전문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하고, 주위 추천이나 본인의 학구열 등을 심층면접을 통해 평가해 입학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서류만 달랑 낸다고 바로 입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중공업 대학의 경우 40명 정원에 입학경쟁률이 2대1이나 되고, 면접이 당락을 좌우하기 때문에 상당한 준비를 해야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대학을 졸업후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해 학업을 이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삼성중공업공대에서 전문학사를 딴 직원들은 사내에 개설돼 있는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학사편입과정'을 통해 정식 학사학위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이 직원들의 학위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특정대학과 전문학과를 개설해 운영하는 것도 인기를 끌고 있다. 창원에 본사를 둔 두산중공업은 창원대와 계약을 맺고 두산중공업학과를 개설해 올해 3월 학사 일정을 시작했다. 두산중공업학과는 4년 과정이며, 사내 직원들만 지원할 수 있다. 수업은 평일에는 퇴근 후 두산중공업 창원 본사에서, 주말에는 창원대 캠퍼스에서 진행한다. 이 밖에도 현대위아가 울산대와 기계공학부 졸업생을 대상으로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고, 경상대 기계시스템공학과,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경북대 모바일공학과,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세종대 국방시스템공학과 등이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학과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사내대학이 인기를 끌면서 기업들의 관심도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교육부가 오는 7월부터 사내 대학 입학 대상을 하도급·협력업체 종업원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평생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시행할 예정이어서 사내 대학 개설 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