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을 영화나 공연 제작에 투자한 뒤 수익금을 투자자에 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형식으로 운영되는 영화 공연 투자사가 출범했다.
`친구` `챔피언`의 투자사 코리아픽처스의 김동주 전대표가 대표이사를 맡고 `오페라의 유령`투자를 담당했던 임영근(전 코리아픽처스 공연팀장)씨가 이사로 영입되면서 만들어진 `쇼이스트㈜`가 그것이다. 영화투자, 제작, 배급, 공연 기획 등 영화와 공연을 아우르는 종합엔터테인먼트사로 영화와 공연으로 수익을 내는 펀드 매니저형식을 띤다. `쇼이스트`는 쇼 비즈니스의 흐름이 웨스트(West) 중심에서 이스트(East)로 옮겨지고 있는 현시점에 부합하여 만들어진 이름. 임영근씨는 지난해 12월 코리아픽처스를 퇴직, `파인트리`라는 이름으로 공연기획을 해 왔다.
업계는 오랫동안 영화 투자 배급을 해오면서 익힌 전문인이 독립해 문화사업적 접근을 통한 작품의 다양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쇼이스트는 김대표가 지난해 가을부터 준비를 해왔던 곽경택 감독의 `똥개`(주연 정우성, 제작사 진인사필름)와 박찬욱감독의 `올드보이`(주연 최민식, 제작사 쇼이스트)를 각각 19일과 4월10일 촬영에 들어간다. 현재 각각 디스커버리창투사와 씨네서울 영화팀 B&B엔터테인먼트사 등의 투자를 받아 제작비의 80%이상을 투자받은 상태다. `똥개`는 8월경, `올드보이`는 10월말 개봉예정이다.
김동주대표의 독립을 반기는 일부 감독들도 함께 뜻을 같이했다. 박기형감독과 허진호감독이 대표주자. `여고괴담`의 박기형감독은 두 부부 입양된 아들 그리고 앞 마당의 아카시아 한 그루를 중심으로 벌어지니는 공포 스릴러물`아카시아`(주연 심혜진, 제작사 다다필름ㆍ아름다운 영화사)를 4월중 크랭크인한다. 8월 개봉예정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호감독은 러브스토리`언포게터블`을 시나리오 작업중이다. 외화 라인업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 빠르면 올 칸국제영화제를 통해 일부 작품을 구매하거나 해외와의 공동제작 투자 형식의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방침이다.
또한 공연부문에서는 `토요일밤의 열기`를 시작으로 2007년까지 매년 한 작품이상을 선보일 예정. `친구`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도 쇼이스트의 야심작 중 하나다.
김동주대표는 “돈은 없지만 실력있는 감독들의 좋은 작품으로 시장을 만들어간다는데 보람과 희망을 갖는다”면서 “대기업이 아닌 영화 공연을 사랑하는 민간인들이 뭉쳐 좋은 작품을 찾고자 하는 투자자와 신바람나게 일하고자 하는 제작사들을 연결해 주는 가교역할의 대행과 배급을 하면서 우리 문화계가 조금이나마 더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또 “3월 라인업은 출범 전 만들어진 만큼 5월이후면 더욱 작품성과 흥행성면에서 좋은 작품들이 짜여질 것이며 이후 또다른 형태의 투자 배급 모델이 만들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한편 지난 1일부터 정헌조 제작이사를 신임대표로 맞이한 코리아픽처스는 지난해 가을 유동성위기를 잘 극복, 올해 영화제작투자를 위해 미니멈 신규투자본 200억원을 내놓고 작품을 물색중이다. 올해 `영웅`과 `갱스 오브 뉴욕`의 흥행재미를 본 코리아픽처스는 28일 `시카고`(아카데미 13개 부문 노미네이트)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이어 5월에는 로베르토 베니니감독의 `피노키오`를 극장에 내건다. 투자된 한국영화는 김기덕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밖에 없다.
정원조대표는 “늦가을 개봉을 준비하는 한국영화를 중심으로 많은 작품을 검토하고 있다. 이익을 크게 낼 수 있는 작품이라야 하는 기본 모토하에 왕성하게 그렇지만 신중하게 선별할 것임”을 강조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유동성위기로 투자를 잠시 중단했던 코리아픽처스는 상반기 숨고르기를 한 다음 올해 1,2작품을 개봉하고 내년부터 1년 7,8편의 라인업을 형성해나갈 계획이다. 공연투자도 1년 한편 정도에 제작비 일부자금을 투자하는 형식을 취한다. 현재 영화팀만으로 꾸려지고 있는 코리아픽처스는 15명의 현인원을 20명으로 늘릴계획이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