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개막된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유럽 재정 위기의 해결책으로 유로본드(유로존 국채) 발행 방안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유로존 내에서는 유로본드가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고 공조역량도 보여줄 수 있는 장기적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이 실현될 경우 가장 큰 부담을 지게 될 독일이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7일 폐막하는 재무장관 회의의 조율결과가 주목된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과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유러 재무장관 개막에 맞춰 6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E-본드(유로본드)가 위기를 끝낼 수 있다'는 제목으로 공동 기고문을 내고 독일을 압박했다. 두 사람은 기고문을 통해 "유럽은 이번 위기에 시스템적으로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며 "유로본드 발행은 글로벌 금융시장과 유럽시민들에게 유로존의 경제통합과 비가역성(irreversibility)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로본드는 유로존 회원국들이 공동 보증을 서고 산하 특수기관이 발행하는 채권. 유럽 재정위기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지만 16개 회원국 경제 펀더멘털이 상이해 유럽이 미국식 연방제 국가로 통합되지 않는 한 실현 가능성이 다소 떨어지고 있다. 유로존은 통화동맹체일 뿐 재정동맹체가 아니기 때문에 채권 발행은 각 회원국들의 고유한 영역에 속한다. 이 때문에 유로본드의 발행은 유로존의 장기적인 재정통합을 위한 준비 단계로 평가된다. 융커 의장과 트레몬티 장관은 유로본드의 발행을 위해 먼저 '유럽채무기구(EDA)'라는 새로운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DA는 현재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대체할 항구적인 자금조달 기구로서 12월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내에 발족할 수 있다고 이들은 내다봤다. 이들은 이어 ▦회원국들이 유럽연합(EU) 국내총생산(GDP)의 50%까지 채권 발행에 지급보증을 서고 ▦유로본드를 회원국들의 개별 국채와 교환(스와프)할 수 있으면 유로본드가 미국 국채만큼의 유동성을 갖게 돼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은 유로본드 방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6일자 FT 인터뷰에서 "회원국의 공동보증을 통한 채권 발행은 리스본 조약 등 EU 협정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어 "공동채권 발행은 (자국의) 자금조달 비용을 상승시킬 것"이라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유로본드 발행은 유로존 최대의 경제대국인 독일의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실현 가능하기 때문에 자국이 가장 큰 부담을 떠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쇼이블레 장관은 "지금으로서는 회원국 정부들이 정해진 재정규율을 지키도록 당근과 채찍 전략을 잘 사용하는 게 핵심"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유로존은 실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이날 회의에서 현재 4,400억유로 규모인 EFSF의 증액 방안에 대해서도 집중 논의했다. 현재 아일랜드에 이어 포르투갈과 스페인까지 차기 구제금융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유로존의 구제금융 자금은 지금보다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왔다. 앞서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도 EFSF의 확대에 공개적으로 찬성의사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