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중국은 환보총국과 국가통계국이 공동으로 ‘녹색GDP’라는 것을 최초로 발표했다. 지난 2004년 환경오염으로 빚어진 경제적인 손실이 5,118억위안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05%를 차지했다는 내용이었다. 같은 해 GDP 성장률이 10.1%였지만 환경오염으로 인한 손실을 감안하면 실제 성장률이 7%를 밑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고속성장의 열매를 즐겨왔던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용기 있는 ‘커밍 아웃’이었던 셈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2005년 녹색GDP를 2007년 춘절(설날) 즈음해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춘절이 한 달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2005년 녹색GDP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2005년 녹색GDP 통계는 이미 지난해 말 모두 집계됐고 그 수치는 2004년의 3.05%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당초 환보총국과 국가통계국은 예정대로 이 통계수치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지방 정부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녹색GDP 발표 지연과 관련, 국가통계국의 한 관계자는 “녹색GDP 산출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난점이 많아 상당기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없었던 기술적인 난점이 새삼스럽게 생겼다는 것은 누가 봐도 어색하다.
급기야 중국 언론들은 녹색GDP 발표 지연사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경제 전문격일간신문인 21세기경제보도는 23일 ‘녹색GDP 통계수치가 난산을 겪고 있다’고 썼고, 베이징의 종합일간지인 신경보(新京報)도 같은 날 ‘녹색GDP 발표가 좌초됐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관제 언론이나 다름없는 중국 신문들이 중앙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 언론들은 ‘정치논리’에 가로막혀 녹색GDP의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지방정부의 당 서기와 성장들은 올 가을 17대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권력 재편이 예고돼 있는 가운데 녹색GDP가 발표되면 자칫 자신들의 거취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통계국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녹색GDP 발표 지연사태는 그리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중국은 오는 2008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환경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다 후진타오 정권은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조화로운 사회 건설을 표방하면서 산업구조를 친환경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 개편을 앞두고 자신들의 치적을 과포장하고 싶어 하는 중국 정권의 모습을 보면 경제에 정치논리가 횡행하는 건 중국이나 한국이나 매한가지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