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실종된 벤처기업 대책

지난 2월말.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진흥공단에 기자들을 모아놓고 '벤처산업 건전화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여기서 담당 과장은 배경을 설명하면서 "지금 벤처의 문제는 몇몇 기업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것이지 정책 또는 전체의 문제는 아닙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넉달이 지났다. 담당 과장의 말은 180도 달라졌다. 벤처에 대한 대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한마디로 '모르겠다' 였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말하는 그대로 반영할 테니. 저도 답답해 죽겠습니다." 한때 경제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등 국민이 정부 최대의 치적으로 평가받던 벤처가 고사 직전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더 이상 벤처를 일으킬 수 있는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이제 완전히 죽었다. 손을 쓸 수 없다"라는 극단적인 평가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하루가 멀다 하고 부처별로 내놓던 '벤처 지원책'은 요즘 전무하다. 대신 '없애겠다' '줄이겠다'만 줄줄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진짜 벤처'를 살리기 위한 방안은 눈 씻고 봐도 볼 수 없다. 모두가 '어떻게 하면 여기서 면피할 수 있을까'만 궁리하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무조건 기다릴 뿐이다. 반성의 기미도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많은 전문가들이 '정책의 잘못'을 지적했다. '수적 확대'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질적 확대'를 해야 한다, 지원이 아닌 육성을 해야 한다는 등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정작 정책은 지원 일색으로 갔다. 그리고 이제는 무조건 '몇몇 미꾸라지 때문에'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대책은 없다. 유일한 대책이 일년도 넘게 얘기되고 있는 '옥석가르기'다. 이 와중에도 벤처 기업은 오늘도 죽어가고 있다. 갈수록 조여드는 자금 압박, 멀기만 한 투자 유치, '각종 부정부패의 온상'이라는 국민의 차가운 시선이 이들을 죽이고 있다. "도대체 우리가 뭐 잘못한 게 있습니까. 정부를 믿고 열정 하나만 갖고 사업을 시작한 죄밖에 더 있습니까" 하소연 아닌 비탄에 빠진 한 사장의 말이 들린다. 송영규<성장기업부>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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