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을 지킬 것인가, (정부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 것인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명분으로 올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대폭 낮추면서 4월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김중수 총재가 최근 줄지어 '경기회복'과 '금리동결의 당위성'을 강조해온 터라 돌연 금리인하를 단행할 경우 한은이 정부 압력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된다. 그렇다고 또다시 동결하면 '항명'이라는 평가까지 나올 수 있다.
한은이 1월 발표했던 올해 경제성장률은 2.8%. 정부 발표치와 0.5%포인트나 차이 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성장률 전망치가 0.7%포인트나 떨어지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는 이유'가 있지 않고서야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수정전망 작업이 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김 총재가 미약하게나마 경기회복이 진행되고 있다는 논리로 금리동결의 당위성을 주장해온 것도 당장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 총재는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한 후 "지난해 4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기 대비 0.4%였지만 (올해 1ㆍ4분기에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경기회복에 무게를 실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책패키지에는 당연히 금융 부문도 포함된다(3월25일)"고 말했던 것과는 온도차를 보인다. 다만 김 총재가 "금리 결정은 그 시점의 경기상황을 보고 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고 지난해 7월에도 시장이 동결을 예상했을 때 '깜짝 인하'에 나섰던 선례에 비춰볼 때 이달 경제전망을 수정하면서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추경효과를 감안해 정부 전망치인 2.3%보다는 높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현재 외국계IB 전망치는 평균 2.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는 3.1%다.
시장의 예상도 엇갈린다.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시각도 많지만 이달 금리인하를 '말리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노무라증권은 '4월 금리인하는 정책오판(mistake)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경제에 과다부채 문제가 더욱 악화되면서 경기회복과 맞물려 새로운 형태의 버블이 발생,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만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금리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인하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한 분기 이상 지나야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4월에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하반기나 돼서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