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민영항공사의 대명사인 대한항공이 가장 자랑할 만한 것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주저없이 항공예약시스템(CRS)을 꼽는다.「TOPAS」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예약, 발권은 물론 여행정보를 비롯한 항공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해 주는 컴퓨터 시스템. 여행사나 공항 카운터에서 비행기표를 살 때 작동되는 컴퓨터 화면이 바로 TOPAS이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나 여행사에서 예약시스템은 일반 기업의 경우와 달리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항공회사에서 항공예약시스템은 일반기업의 대리점이나 물류센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제조업이나 유통업의 매출액은 대리점이나 지점 수에 정비례한다.
이 때문에 예약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은 항공분야에서 거대한 유통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 항공예약시스템이 잠식되면 항공예약은 물론 호텔과 관광산업 등 해당국 여행산업 전체가 지배를 당하게 된다. 이미 세계의 항공사들간 치열한 개발경쟁을 거쳐 탄생한 아마데우스, 세이버(SABRE), 갈릴레오, 월드스팬, 아바크스 등 유명 시스템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외였다. 대한항공의 예약시스템인 TOPAS가 우르과이라운드 타결 이후 시장개방 추세를 타고 국내시장 잠식을 꾀하는 선진 외국항공사들을 훌륭하게 막아냈던 것이다. 나아가 이제는 해외의 유명 여행사들도 대한항공의 TOPAS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의 개발에는 조양호사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맡았다. 기계 만지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그는 컴퓨터에 관한한 전문가 수준. 지금도 해외출장시에는 반드시 노트북컴퓨터를 휴대한다. 출장시 비행기를 타자말자 제일 먼저하는 일은 컴퓨터를 전화선에 연결하는 것. 그는 비행기에 앉아서 결제를 하고 컴퓨터를 통해 회사가 돌아가는 것을 훤히 알고 있다.
趙사장은 국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80년대초부터 이미 PC통신혁명과 사무자동화의 물결을 예견하고 국내 어느 기업보다 먼저 이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했다. 그는 지난 81년부터 84년까지 시스템 담당상무로서 시스템 개발에 직접 참여했다. TOPAS는 이 기간중에 완성됐다. 일반 기업에서는 타자기를 사용하던 시절이다.
대한항공은 이를 토대로 세계적인 정보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국 IBM사와 정보부문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하고 여행정보 제공업체인 아마데우스와의 업무제휴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