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9일 두산중공업의 보일러공장 소속 배달호씨의 분신자살로 촉발된 노사갈등이 한 달이 다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노사는 고인의 시신을 회사안의 냉동차에 안치한 상태에서 대치하고 있다. 이 같은 비극적인 대치 상태가 장기화하자 회사측은 6일 시신의 외부이송을 요구하는 시신퇴거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해 갈등은 한층 심화하는 양상이며 단식 중인 노조원들의 건강이 상당히 위독한 상태라 제2의 불상사마저 우려되고 있다 한다.
회사측은 고인의 장례부터 치를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노조는 임금ㆍ재산 압류해제 및 징계철회와 해고자 복직 등의 요구조건을 회사측이 먼저 수용하지 않으면 협상에 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측은 파업노조원의 임금ㆍ재산의 압류해제 문제는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나 해고자 복직 등의 문제는 협상에서 다루자는 입장이다.
배씨의 자살을 계기로 사용자가 파업의 대응수단으로 이용해온 임금 및 재산압류 관행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노총의 조사에 의하면 모두 50개 사업장에 압류규모가 2,223억원에 이르고 이 중에는 압류금액이 1인당 102억원이나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선산과 같은 공유재산을 차압 한 경우도 있다. 압류의 대상과 범위를 보다 엄격히 규정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두산중공업도 재산압류에 가혹한 점이 없었는지를 살펴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하며 해고나 징계문제도 아무리 정당한 법적 대응이라 하더라도 인명의 희생을 가져온 상황에서는 신축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설 명절이 지나도록 고인의 장례도 치르지 못하는 상황은 비극적이다. 장례를 방해하는 노조의 태도는 온당하지 못하다. 장례를 치르는 것은 가족들을 위해서나 노사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작업장에 시신을 놓고 흥정하는 모습은 너무 잔혹할 뿐더러 그런 분위기에서 이성적인 대화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산중공업의 소재지인 경남도 김혁규 지사를 중심으로 한 지역중재단이 사태수습에 나선 것에 기대를 갖게 한다. 김 지사는 지난달 지역의 기관ㆍ단체장들과 협의회를 개최해 노조측에 대해 배씨의 장례를 치르는데 협조하고 회사측에 대해선 파업 노조원에 대한 민ㆍ형사상의 처벌을 완화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중재단은 지난해 7월 두산중의 파업을 수습하는 성과를 거둔바 있어 이번에도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을까 기대를 모으고 있다.
두산중 노사갈등이 풀리지 않는 것은 금속노조와 민노총 등 상급노조가 개재된 데도 원인이 있다. 상급노조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지역중재단이 활성화 돼야 한다.
<김대환기자 d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