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래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을 자국 중심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장기 계획 아래 첨단 기술 개발, 핵심 기술 독자 표준 제정 등 `기술 독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4일 이같이 보도하고 이는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이 세계 최대의 시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핵심 기술의 해외 의존도가 심해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기술 국산화를 통해 로열티에 따른 막대한 외화유출을 줄여보자는 현실적인 계산도 깔려 있다는 것.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3세대(G) 휴대폰, DVD, 디지털 TV, 비디오 게임기 등 차세대 유망 산업 분야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정부가 각 분야에 연간 수십억달러를 지원, 궁극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시스코, IBM 등 글로벌 IT 기업들을 능가하는 대표적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구상도 세워놓고 있다.
부문별 현황을 보면 우선 DVD, 비디오 게임, 인터넷 등의 디지털 오디오ㆍ비디오 압축기술과 관련, 중국은 미국의 MPEG-4 기술 표준에 필적하는 자체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18개 대학과 25개 업체, 5개 다국적 기업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컨소시엄(AVSG)을 구성, 연내 기술 개발을 마칠 예정이다. 중국의 DVD 시장은 올해 약 300만대 규모로 예상되고 있는 데 현재 독자 기술 부재로 대당 3~5달러의 로열티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또 DTV-C라고 불리는 디지털 TV 기술의 국산화를 연내 끝낸다는 계획이다. 당초 중국은 이 기술은 지난 8월까진 완료할 방침이었지만 기술 개발이 지연되면서 계획이 미뤄지고 있는 실정. 이 때문에 중국은 과도기적으로 현재 유럽 방식을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관련 기술 개발을 맡은 중국 항조우과학기술회사에 따르면 중국이 디지털 TV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실현할 경우 36억달러의 로열티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3G 휴대폰 기술 표준도 간과할 수 없는 분야. 이 분야는 사실 중국 휴대폰 이용자가 2억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술 국산화가 다른 어떤 것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이미 3년전부터 독자 표준(TD-SCDMA) 개발 방침을 정하고 일관되게 이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중국 다탕통신이 기술 개발을 맡고 있는 데 이르면 연내 개발이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단말기 생산은 중국 화웨이통신과 독일 지멘스가 설립한 베이징 합작공장이 담당하게 된다.
한편 중국의 IT 강국을 겨냥한 밑그림이 구체화 되면서 경쟁국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의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중국이 표준으로 밀면 곧 세계 표준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