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화의 독주시대는 언제까지 얼마만큼이나 계속될까.연초 유로화의 출범 이후 달러-엔-유로간에 힘의 균형이 유지되던 국제금융시장이 최근 실물경기 호전에 힘입은 미 달러화의 강세 행진으로 3극 통화체제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
일본의 엔화 가치는 연초 대비 10% 가량 하락한 달러당 122엔대를 유지하고 있고 유로화도 출범 당시보다 12% 가량 하락한 유로당 1.02달러 수준을 보이는 등 올들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유로권에 포함되지 않고 독자 노선을 걸어오던 영국 파운드화가 7일 파운드당 1.56달러로 하락하며 96년 10월 이후 거의 3년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또 스위스 프랑화도 이날 연초 대비 12%가 절하되며 8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달러 강세기조가 유로권 이외의 국가로 확산되고 있다.
달러화의 이같이 독주는 무엇보다 미국의 튼튼한 실물경제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4%의 경제성장률에 낮은 물가상승률, 개인소비의 지속적인 증가와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주가 등이 강한 달러시대를 이끌고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제레미 호킨스씨는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 경제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유럽권이 부상할 것으로 점쳤지만 실제 상황은 예상과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최근 유럽경제권의 회복 기미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 여건이 여전히 달러화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어 1유로=1달러 시대가 조만간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우기 실물경제 여건을 제외하더라도 이들 국가간 금리차가 최근 확대되고 있어 당분간 달러화 강세를 저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3%에서 2.5%로 인하한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4.5%에서 4.75%로 인상, 미국과 유럽간의 금리차가 더욱 확대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의 경우 경기부양을 위해 거의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해 오고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미 달러화의 독주시대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 거품 논쟁이 일고 있는 주가의 하락, 임금상승 압력, 무역적자의 확대 등 악재가 불거질 경우 달러화가 급격한 약세로 기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달러화 강세론자들은 이같은 달러화 약세 요인이 이미 시장에서 충분히 반영됐기 때문에 달러화가 급격히 약세로 돌아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KHJ303@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