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몰린 웅진그룹이 미래전략사업인 웅진폴리실리콘도 매각한다. 주력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한 데 이어 웅진폴리실리콘마저 팔 경우 그룹의 성장성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웅진그룹의 지주사인 웅진홀딩스는 23일 조회공시를 통해 "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웅진폴리실리콘의 매각을 검토 중에 있으나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웅진그룹이 웅진폴리실리콘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부채 비율이 높아져 대출금 상환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웅진폴리실리콘은 지난 2010년 만기 5년의 금리 6.05% 수준으로 우리은행ㆍ정책금융공사 등에서 3,100억원의 자금을 빌렸다. 당시 대출 약정에서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일시에 상환하도록 하는 '기한이익상실' 조항을 넣었고 최근 태양광 업황 악화로 부채비율이 높아지며 대출금 상환의 요구를 받게 됐다. 웅진폴리실리콘은 태양광 업황 악화로 공장 가동도 중단된 상황이어서 대주단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1조2,000억원에 매각했지만 현재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하기도 빡빡한 실정이다. 지난 16일 웅진코웨이 지분 30.9%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전량 매각하면서 세금과 기타비용을 제외한 1조원가량이 다음달께 유입될 예정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웅진홀딩스가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이 6,450억원. 계열사인 극동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지급보증도 지난해 말 기준 6,370억원에 달한다. 또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면서 웅진케미칼 지분을 되사오는데 2,000억원 안팎이 소요된다. 모든 자금을 일시에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써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어서 웅진폴리실리콘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쏟아 붓기가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웅진폴리실리콘의 적자가 지속될 경우 추가로 실탄을 지원하기도 쉽지 않다.
웅진그룹은 다각도로 자금 마련 계획을 세우고 있다. 웅진홀딩스는 이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웅진폴리실리콘에 자금을 대여해준 대주단, 극동건설의 PF대출 금융기관 등과도 협의하면서 자금 상환을 연기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핵심계열사인 웅진폴리실리콘을 팔아야 될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현재 여러 가지 방안을 총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웅진폴리실리콘을 매각할 경우 앞으로 그룹 성장성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웅진폴리실리콘은 웅진씽크빅ㆍ극동건설과 함께 웅진그룹의 핵심계열사인데 이를 매각하면 앞으로 성장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웅진폴리실리콘 매각 이슈가 어떤 방향으로 결정 되느냐에 따라 웅진그룹 주가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