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정부가 경제난 타개를 위해 노동시장 개혁에 팔을 걷어붙였다. 4월 집권한 유하 시필레 총리는 경제회생과 재정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2019년까지 노동비용을 5% 삭감하는 내용의 파격적 개혁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때 '북유럽 복지천국'으로 칭송받던 핀란드가 노동개혁에 나선 것은 주력산업 몰락으로 최근 3년째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면서 고임금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평균 급여가 월 2,479유로(약 320만원)에 달하다 보니 고용보험과 직업훈련까지 포함한 노동비용은 독일에 비해서도 20%나 높아 경제 버팀목인 수출 경쟁력을 갉아먹는 상황이다.
핀란드의 노동개혁 과정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기업가 출신 총리의 단호한 의지와 행동력이다. 시필레 총리는 사측 대표와 노조·정부 관계자로 구성된 노사정위원회에 불과 3주 만에 타협안을 만들어내라며 최후통첩을 했다. 노조와 야당의 반대를 달래기 위해 긴축정책이냐 아니면 세금혜택을 선택할 것이냐며 당근과 채찍 전략까지 동원하고 있다. 한국 경제도 핵심산업의 경쟁력 추락을 겪는 것은 똑같지만 노동개혁에 관한 한 기득권 노조와 야당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반해 핀란드는 총리가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을 맡아 민간 부문의 합의를 강력히 추동하면서 대타협을 이끌어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에서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노동개혁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은 한두 차례가 아니지만 아무런 진척도 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동개혁이 절실하다면 대통령이 노조와 야당을 직접 찾아가 양보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조개혁을 힘있게 추진하자면 이해 당사자 간의 충돌과 갈등을 조율해나가는 국가 지도자의 과단성과 집요한 설득, 소통의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