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은 김길태(33)가 발작증상을 일으키는 '측두엽간질'과 '망상장애' 등의 진단을 받았다. 김길태가 이 같은 정신 질환으로 발작을 일으킨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인정되면 사형 선고를 피할 가능성도 있다.
부산고법은 최근 법무부 산하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에 의뢰해 김의 정신상태에 대한 2차감정을 한 결과 측두엽간질과 망상장애, 반사회적인격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29일 밝혔다.
2005년 교도소에서 정신분열증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은 김은 검찰 수사와 1심 재판 과정에서 정신 감정을 받았으나 반사회적 인격장애 외에 특별한 증상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측두엽간질의 경우 불면증과 공포감, 환청, 환각을 느끼게 하는 발작증세이며 치료받지 못하면 자신은 발작 중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김길태는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김길태의 이 같은 정신질환 진단을 받아들이면 1심에서 나온 사형 선고가 항소심에서는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길태는 올해 2월 24일 부산 사상구 덕포동의 한 주택에 혼자 있던 여중생 이모(13)양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 등을 받고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2차 공판은 다음 달 13일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