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와 대한의사협회가 9일 국내 시판 중인 건강기능식품과 보완요법 70가지의 `효능'에 대한 검증결과를 발표했지만 의학계 내부에서 조차 이번 조사의 신뢰성에 대해 이견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대한의학회 등이 이날 효과가 의문시된다면서 7단계 중 3번째 단계(권고고려)로 발표한 `글루코사민'의 경우 지난해 보완대체의학회에서는 안전성과 효능측면에서 5단계 중 최고등급(권고)을 받았던 제품.
당시 보완대체의학회에서 등급을 발표한 뒤 글루코사민 제조업체들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광고로 활용해 왔으며 대한임상건강의학회도 우수제품 전시관에 글루코사민제품 부스를 별도로 설치하도록 했었다.
이에 대해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글루코사민은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 결과만으로는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효과의 근거 수준은 중등도 이하"라며 "앞으로 연구 결과가 더 축적된다면 치료효과의 근거 수준이 더욱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글루코사민을 생산하는 업체는 물론이고 소비자들조차 의학계의 서로 다른 분석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클루코사민을 생산하는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언제는 최고의 효과를 가진 제품으로 평가했다가 이제는 치료효과가 없는 것처럼 평가할 수가 있냐"면서 "의학계 내부에서조차 헷갈리는 평가결과를 누가 수용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지난해 대한보완대체의학회 평가를 주도했던 전민호(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교수는 "평가결과가 각기 다른 것은 평가 잣대가 달라졌기 때문"이라며 "이번 발표는 직접적인 임상결과가 아니고 문서를 기초로 한 것인 만큼 실험적 평가단계 수준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 주체인 대한의학회와 대한의사협회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다.
대한의학회 산하 보완대체의학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김건상(중앙대의대 방사선과) 교수는 "실제 각 건강식품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임상시험을 거치는 게 원칙적으로 맞지만 현실적으로 이들 제품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은 문헌을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초 근거 불충분으로 분류한 식품들도 효과가 없다는 게 아니라 근거를 입증할 수 있는 문헌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한 발짝 물러선 뒤 "그렇다고 범람하는 건강식품을 그대로만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번 문헌조사 및 평가가 12명의 의사와 5명의 도서관 사서, 자문위원 5명 등 고작 20여명에 의해 주도된 데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모 대학 교수는 "최소한 국민에게 발표될 정도의 조사결과라면 이 분야 기초연구 학자와 건식업체, 보건당국 관계자가 참여해야 한다"면서 "고작 수십명이 국민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건강식품을 평가했다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