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부 강진의 여파로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1ㆍ3호기가 폭발한 데 이어 15일 2ㆍ4호기가 추가로 폭발, 이에 따른 방사능 누출 공포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누출된 방사능이 바람을 타고 도쿄 등 일본 최대 인구밀집 지역인 간토(關東)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어 최악의 원전 사고인 지난 1986년의 구소련(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오전 후쿠시마현의 남쪽과 남동쪽에 위치한 이바라키현과 가나가와현ㆍ도치기현 등에서 평상시의 3~100배의 방사성량이 검출됐다고 관련 당국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바라키현 당국은 "오전에 북동풍(風)이 불고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로 방출되는 방사능 물질이 바람에 운반돼 왔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에서도 이날 미미한 수준이지만 방사성 물질이 측정됐다고 교도통신이 시 당국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일본 주재 프랑스대사관도 이날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10시간 안에 도쿄로 날아올 수 있다"며 현지 자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이에 앞서 14일 도쿄에서 불과 120㎞에 떨어진 도카이 제2원전도 냉각기능 이상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져 도쿄도 방사능 유출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본 당국은 "인과 관계가 아직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고 누출량도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니다"라며 신중한 반응이다. 그러나 2호기의 경우 폭발사고로 방사능 유출을 봉쇄하는 격납용기가 손상됐고 4호기의 연료봉도 훼손돼 추가적인 방사능 물질 유출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당국은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진과 쓰나미로 이미 한 차례 충격을 받은 일본인들은 이번에는 새로운 재앙인 방사능 공포에 휩싸여 있는 상태다. 방사능 공포가 퍼지면서 국민들의 마스크 착용이 급증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특히 방사능 오염지역의 거주민들은 당국의 대대적인 정화작업 이전에는 삶터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향후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문제를 겪을 것으로 지적된다. 이이다 데쓰야 환경에너지 정책연구소장은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핵분열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면서 '임계점'을 맞고 있다"며 "매우 포괄적인 인구 철수계획이 필요하지 않은가"라고 산케이신문에 말했다. 가쿠 미치코 뉴욕시립대 교수도 "(2호기처럼) 원자로 격납용기를 손상시킬 경우 우라늄 연료봉과 방사성 물질이 공기 중으로 누출될 수 있다"며 "체르노빌 참사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방사능 물질 유출은 4월 말에서 5월 중순까지 계속됐으며 서쪽으로 1,500㎞나 떨어진 스웨덴에서도 유출물질이 감지됐다. 반면 원자력 안전연구협회 회원인 마에카와 가즈히코 도쿄대 교수는 "용해된 연료가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하면 대규모 방사능 오염의 가능성은 낮다"며 "주민들은 공황을 일으키지 말고 냉정하게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