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자주접촉 인사 명단 등 확보/비자금 흐름파악 「핵심」 추적 착수한보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2단계로 치닫고 있다.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의 구속에 이은 정치권 및 금융권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휴일인 2일 검찰은 외견상 잠시 쉬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수감중인 정씨와 이철수 전 제일은행장을 검찰청사로 소환, 조사하는데 그쳤다. 쾌속질주하던 수사 속도가 조금 주춤해진 느낌이다. 검찰도 공식적으로는 금융계 및 정치권에 대한 수사 성과에 대해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물밑 수사는 상당히 분주하다.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 금융계로 흘러간 로비자금을 추적하기 위한 작업이 바삐 진행되고 있다. 정씨를 압박하기 위한 물증 확보 작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번 주초부터 본격화 될 은행장 소환 및 정치권 수사의 정지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은 정씨가 스스로 입을 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초기부터 주변 수사에 주력해 왔으며 이미 상당한 진전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검찰에 「효자 노릇」을 한 조사 대상자들은 그룹 재정본부 등 자금 관계자와 비서실 직원 등이었다. 검찰은 이들을 통해 정씨가 자주 접촉했던 정치인과 은행장들의 명단을 확보했다. 국회 속기록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고 있다. 한 수사 관계자는 『여야 의원들이 상임위와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을 꼼꼼히 분석해보니 냄새를 풍기는 대목이 많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검찰은 또 정씨가 추석과 설 등 명절에 선물을 돌린 1백50여명의 명단을 확보,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명단에는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차 정치인 소환 대상자가 여야 의원 5∼6명으로 압축됐다는게 수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물론 전·현직 은행장들은 모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 중수부를 총동원한 수사팀에는 이미 각 은행장 담당 등 수사 분야가 정해졌다.
은행장들에 대한 소환은 이번주부터 본격화된다. 정씨 구속에 이어 곧바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보다 좀 늦춰졌다. 정씨에 대한 보강수사를 통해 보다 뚜렷한 물증을 확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은 은행장들에 대한 조사를 낙관하고 있다. 과거 수사에서 경험했듯 은행장들은 일단 소환해 추궁하면 십중팔구는 혐의를 자백했기 때문이다.
검찰의 2단계 수사에는 비자금 추적도 포함된다. 정씨의 비자금 규모와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곧 로비 혐의를 캐내는 지름길인 까닭이다. 그러나 계좌 추적이라는 게 하루 이틀만에 성과를 거둘 수 없는 작업이란 점에 어려움이 있다.
아무튼 이번주는 은행장 및 정치인들에 대한 본격 수사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검찰로서는 가장 바쁜 주가 될 전망이다. 정치인중 소환대상자로는 여권의 민주계·신민주계·민정계 등 10여명이 거론되고 있으며 야권 역시 수뇌부와 측근 실세 등 7∼8명의 이름이 검찰 주변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병국 대검중수부장은 이와관련, 『특정인에 대한 수사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으나 다방면에 걸쳐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정치권에 대한 수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성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