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인명피해 사고를 일으킨 항공사는 원인이 규명되기 전에도 운수권 배분에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8일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이 지난 2009년 제정된 지 5년이 지나면서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학계·업계·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반영해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항공운수법 개정에 나서는 것은 지난달 30일 국토부 항공교통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중국 신규 항공운수노선 배분과 관련해 업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 4월 한중 항공회담을 통해 중국 신규노선을 기존보다 일주일에 90회 늘렸다. 이는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항공사들은 이 가운데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허베이, 서울~옌청 노선 배분에 관심이 많았다.
국토부는 항공교통심의위원회를 거쳐 대한항공에 서울~허베이 주 5회, 아시아나항공에 서울~옌청 주 3회를 각각 배분했다. 그러자 대한항공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거세게 반발한 것. 대한항공은 "지난 2011년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화물기 추락사고와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착륙사고를 일으킨 아시아나항공이 운수권 배분에서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은 점은 문제가 있다"며 "과거에는 사고 항공사에 대해 당국이 운수권 배분을 박탈했는데 이번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항공운수법에 따르면 항공사의 귀책사유가 있는 사고를 운수권 배분에 반영한다"며 "아시아나 화물기 추락사고와 샌프란시스코공항 착륙사고는 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원인이 규명된 사고를 운수권 배분에 반영한다'는 항공운수법 규정이 갈등의 원인이 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추락사고는 지난 2011년 7월 발생했지만 3년이 다 되도록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사고 발생과 원인 규명 사이에 시차가 있다 보니 제재 여부와 강도를 두고 항공사 간에 갈등이 커진 것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한 항공사에 아무런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것은 일반인이 봐도 이해되지 않을 것"이라며 "사고의 귀책사유가 어찌 됐든 사고 발생시점을 기준으로 일정 부분 불이익을 줘야 하며 원인이 규명된 후 추가 제재를 주거나 제재를 감해주는 식으로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항공사고를 낸 업체에 대한 운수권 배분이 쟁점으로 부상하자 국토부도 관련 규정 개정에 나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고 발생과 원인 규명 시점의 괴리가 커 노선 배분을 둘러싸고 형평성 논란이 많은 만큼 규정 개정을 다각도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