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모든수단 동원 경기부양"

美금리 0.5%P인하…경제여건 예상보다 악화 >>관련기사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6일 은행간 단기금리(콜금리)를 0.5% 포인트 대폭 인하한 것은 경기 회복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올들어 10번째 단행된 금리 인하로 연초 6.5%였던 미국의 콜 금리는 그동안 4.5% 포인트 인하됐으며, 현재의 금리 2.0%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때인 1961년 이래 4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단기금리는 소비자물가지수 2.6% 이하로 떨어져 실질금리가 이미 마이너스대에 진입했다. 그럼에도 불구, FRB는 앞으로 더 금리를 내릴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 추가 인하 가능성 FRB는 발표문에서 "고조되고 있는 불확실성과 국내외 사업 여건 악화에 대한 우려로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며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발표문은 이어 "경제 여건이 취약성을 유발시키는 방향으로 가중되고 있다"며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을 경우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금융시장에 보냈다. 9.11 테러 사건의 여파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실업률이 5년전 수준으로 급등하며, 미국 경제의 기둥인 소비가 하락, 10년만에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FRB는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긴박감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FRB가 경제 여건이 기대 이상으로 악화되고 있음을 인식, 오는 12월 11일과 내년 1월 30일로 예정된 회의에서 1~2차례 금리를 더 내려 내년초엔 1.5%까지 이자율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안정을 위한 FRB의 강력한 메시지가 전해지면서 올들어 정기 FOMC에서 금리 인하가 결정된후 주가가 하락한 전례와 달리 이날 다우존스 지수는 1.6%, 나스닥 지수는 2.3% 급등했다. 그러나 FRB 내에는 0.5% 금리인하를 반대하는 간부들이 많았던 것으로 월가에서는 해석되고 있다. 월가의 페드워쳐(Fed Watcher)들의 분석에 따르면 12명의 지방 연방은행 총재 가운데 1명만이 0.5% 포인트 인하를 지지했고, 나머지는 0.25% 포인트 인하를 주장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소폭 인하론자들은 금리를 한꺼번에 많이 내리면 다음번 사용할 수단이 제한되고, 경기 회복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는 그린스펀 의장의 직권이 강하게 작용, 경기 회복을 위해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월가에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다음번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하려면 더큰 내부 저항에 부딪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 위험성 상존 이번 인하로 FRB의 선택 수단이 크게 제한됐다. 미국 경제가 내년 상반기중에 회복되지 않을 경우 FRB는 일본은행과 같은 입장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제로 금리 상태에서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경우 미국 경제도 일본처럼 장기침체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는게 비관적 이코노미스트들의 우려다. 미국 경제는 이미 취약성이 노출된 상태이므로, 테러와 전쟁과 같은 외부의 충격이 가해질 경우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이제 남은 기대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제안한 1,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촉진책이다. 현재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이 이의를 제기하는 바람에 경기촉진책은 지연되고 있지만, 연내에는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FRB가 발목이 잡혀 있더라도 행정부가 내년에 막대한 재정 자금을 쏟아부어 일단 경기를 부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FRB의 단기금리 인하로 시중은행들의 우대금리도 72년 이래 최저인 5%로 떨어졌지만, 은행들이 신용기준을 강화하고, 대출한도를 줄이는 바람에 기업의 자금난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려 돈을 풀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재무부의 은행감독국은 은행의 예치금 기준을 강화, 돈의 흐름을 막고 있다는 것이 기업들의 불만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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