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따르면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부처별 업무보고가 시작된 지 하루 만인 지난 12일 "(각 부처가) 적극적 의지로 국민 입장에서 문제를 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소극적으로 관의 입장에서 과거 관행에 기대 문제를 그대로 유지해가려는 모습에 대해 당선인이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 역시 "확정되지 않은 정책에 대한 기사가 부처발(發)로 나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계시다"라며 "모든 문제를 국민 입장에서 살피고 해법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끊임없이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선인이 대변인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은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벌써부터 '실현 불가능하다' '부작용이 크다'는 식의 보고와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11일 업무보고에 나선 보건복지부는 당선인의 노인 임플란트 공약 실현에 대해 "건강보험 재정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에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인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에 관해서도 "막대한 재원이 소모돼 쉽지 않고 거대한 규모의 개혁인 만큼 국민들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18조원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해 부실 가계대출을 인수하겠다는 구상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련부처의 한 관계자는 "부실 가계대출인수는 사실 지금도 은행권이 공동 출자해 만든 '희망모아'기금에서 하고 있다"며 "여기서 더 나가는 것은 결국 정부 재정을 투입하자는 말인데 이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최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정투입은 시기상조"라며 "가계부채 문제는 채권자인 금융기관과 채무자 간의 문제"라고 반대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선인의 한 측근은 "(당선인은) 공약실현을 위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저런 비판의 목소리부터 나오는 것에 대해 걱정하시는 것"이라며 "특히 정부부처가 언론을 이용해 '당선인 길들이기'에 나서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앞으로도 공약에 대해 '안 된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언론에 흘리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당선인의 이같이 반응이 건전한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당선인의 공약 대부분이 취지는 좋지만 지금 현실적으로 따져볼 때 당장 시행하게 되면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도 있다"며 "하지만 곧이곧대로 보고할 경우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 누가 총대를 메겠냐. 최대한 입맛에 맞춰 보고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