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통화청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통화가치를 미국 달러화에 고정시켜온 페그제를 버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늘어나고 있다고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런 관측은 전날 달러당 홍콩달러가 거래범위(1달러당 7.75~7.85홍콩달러) 하한선인 7.7502홍콩달러선까지 내려가면서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05년 5월 홍콩달러의 거래범위를 달러당 7.75~7.85홍콩달러로 설정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FT는 홍콩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홍콩달러가 거래범위 제한선까지 움직이자 홍콩통화청이 달러 페그제를 폐지하거나 거래범위(밴드)를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 경제는 달러화 약세와 이에 따른 상대적인 중국 위안화 강세 때문에 수입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홍콩통화청은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시장 개입의 빈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3일에도 홍콩통화청은 자국 통화의 강세를 막기 위해 미화 1억달러를 매입했다. 이달 말 미국이 추가적으로 금리를 내릴 경우 미 달러가 홍콩증시로 몰릴 가능성이 커 페그제 폐지 목소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달러화 약세로 쿠웨이트ㆍ시리아 등이 달러 페그제를 폐지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은 페그제 폐지 압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FT는 달러 페그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여전히 우세하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우 바클레이스캐피털 애널리스트는 “홍콩의 달러 페그제는 아시아 외환위기와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5년 위안화 가치 재평가와 같이 시장의 압력이 클 때도 제 역할을 해왔다”며 페그제 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1983년 이후 페그제가 제대로 작동해온데다 중국 경제가 안정화되는 데도 기여해온 만큼 페그제를 폐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