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팬오션 국내상장 포기 "해외로" 홍콩등서 직상장 추진…'동북아 금융 허브' 구상 빨간불 "실익 적고 규정 깐깐"… 경쟁국 눈돌려 STX팬오션은 어떤 회사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평가되는 STX팬오션(옛 범양상선)이 국내 상장을 포기하고 해외 직상장을 추진, 국내증시의 유망기업유치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STX팬오션의 이 같은 계획은 현행 상장규정이 지나치게 까다로운데다 국내증시가 저평가돼 상장해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해외기업을 유치해 ‘동북아 금융 허브’로 발돋움한다는 통합거래소의 구상은 국내 우량기업마저 한국증시를 외면하는 상황에 봉착하며 시작부터 벽에 부딪치게 됐다. 20일 증권선물거래소와 업계에 따르면 STX그룹은 연내 STX팬오션 지분 67% 중 30% 정도를 홍콩이나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해 3억달러 가량을 조달할 방침이다. 국내기업이 해외증시에 먼저 상장하기는 지난 99년 말 나스닥에 상장했다가 2003년 상장 폐지된 두루넷 이후 처음이다. STX팬오션의 해외 직상장이 추진되는 것은 지난해 말 STX그룹에 인수되면서 ‘예비상장심사 청구서 제출일 1년 전까지 최대주주나 지분 1% 이상 주주의 지분변동이 없어야 한다’는 유가증권시장(옛 거래소) 상장규정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같은 규정이 충족될 때까지 기다린 뒤 상장을 추진해도 제 값을 받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STX팬오션이 해외에 먼저 상장할 경우 국내상장은 사실상 물건너간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증시에 추가 상장하려면 해외 IPO에 참가한 주요 주주들이 1년 동안 아예 거래를 하지 말아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STX팬오션은 국내상장을 포기하더라도 해외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STX 측이 뉴욕ㆍ런던 등 선진국 증시가 아닌 홍콩 등 다른 아시아 증시를 선택한 것도 우려할 만한 사항이다. 최근 증권선물거래소가 오는 2008년까지 해외기업 30여개를 유치, 세계 10대 거래소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발표한 것과 달리 싱가포르ㆍ홍콩 등에 비해서도 증시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지헌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주들의 자사주 매입 및 배당 요구 등으로 국내증시의 상장 매력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며 “특히 2007년 자산규모 2조원 미만 기업으로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가 확대될 경우 자발적으로 상장을 폐지하는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학인 기자 leejk@sed.co.kr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입력시간 : 2005-03-20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