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황소 장세(Bull Market)의 선도 장은 뉴욕 증시다. 다우존스지수가 4일 종가기준으로 심리적 경계선인 9,000 포인트를 돌파, 지난 3년 동안 하락 장세의 반등을 예고하고 있다. 뉴욕 월가의 프로들은 헤지펀드들이 공매도(숏세일) 물량을 커버링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걸프전 직후인 90년대초와 같은 장기적인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 증시가 지난 3월 중순 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 상승세를 지속한 것은 올 하반기에 미국 경제의 회복 기대감 때문이다. 따라서 하반기에 실물 지표가 주가 상승세만큼 회복되지 못할 경우 하락세로 반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3달간 상승세를 주도한 투자그룹은 뮤추얼 펀드로 파악되고 있다. 헤지펀드들이 단기 급등 장세를 노려 공매도를 시도했지만, 개미군단을 이끄는 뮤추얼 펀드들이 낙관론에 편승하며 주식 매수에 나서 장세를 리드했다.
월가에 사자 분위기를 형성한 것은 이라크전 이후 경제지표들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 소비자 심리지수가 급상승하고, 공급관리협회(ISM) 서비스지수가 두달 연속 상승했으며, 1ㆍ4분기 노동생산성이 1.9로 개선된 점들이 투자 마인드를 형성했다.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른 주식은 소프트웨어, 반도체, 금융, 네트워킹, 항공산업주 등으로 경기 회복시 가장 큰 혜택을 입는 종목이다.
뉴욕 증시 상승세의 또 다른 이유는 최근의 특수한 금융시장 구조 때문이다. 미국 경제에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발견되고, 무역 적자가 누적되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하를 시사하고, 달러가 약세로 돌아섰다. 미 국채는 45년만에 최고로 치솟고, 회사채 가격도 크게 개선돼 기업들의 악성부채 완화에 도움이 됐다. 달러 하락이 미국 기업의 수익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세했다. 최근 감세안이 통과되면서 기업의 세제혜택이 수익개선으로 나타날 것이란 기대도 원인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하반기에 완전히 회복할 것이라는 증거는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전후 미국인들의 긴장감이 풀려 각종 심리 지수가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공장주문 등 제조업 실물 지표들이 악화되고 있고, 실업률도 상승추세에 있다. 기업들이 근로자를 자르고 설비 가동을 줄이면서 수익이 개선되고 생산성이 높아진 것이지, 매출이 늘어나 수익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비관론자들은 현재의 경기 회복세는 전쟁을 앞두고 보류됐던 소비와 투자가 일시적으로 몰리면서 생겨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주가 상승이 또 다른 거품을 만들었고,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유럽과 아시아 증시의 동반 상승은 특히 미국의 거시 경제 지표들이 호전되자 미국의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해당국 수출주들이 상승을 견인하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타이완과 싱가포르의 반도체 업체들이 주가는 이날 일제히 6% 내외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여기에 추락을 거듭하던 달러가 미 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론과 미 증시 상승 등에 힘입어 최근 견고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유럽ㆍ아시아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급격한 달러 약세로 수출 경쟁력 악화를 우려했던 유럽과 아시아 각국이 최근 달러가치의 상승 반전으로 여유를 찾게 된 것.
이달 초 유로당 1.19 달러를 훌쩍 뛰어 넘었던 달러/유로 환율은 5일 1.16달러대로 안정을 찾았다.
<뉴욕=김인영특파원,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