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블랙컨슈머에 보험금 퍼주기 부추긴 금감원

보험업계가 올해 악성 민원인(블랙컨슈머)에게 과다지급한 보험금이 5,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업계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면서 보험 민원의 대대적 감축을 지시한 영향이 크다고 불만이다. 금감원은 "민원이 무서워 보험금을 퍼주는 것은 보험사의 도덕적 해이 탓"이라며 발끈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업계의 불만에도 나름의 근거가 있다.


금감원은 지난 5월 보험 민원을 내년까지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관련 대책을 제출하라고 보험사에 지시했다. 성과가 미흡한 보험사에 대해서는 경영진 면담과 검사를 하겠다고 압박했다.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보호와 민원 감축을 중점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밀어붙이자 부작용이 속출했다. 상습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차원을 넘어 "보험금을 더 타낼 수 있게 해주겠다"며 소비자를 부추기는 브로커까지 활개 쳤다. 분기마다 금융당국에 민원 감축 실적을 보고해야 하는 보험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악성 민원인들에게도 보험금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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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약관에는 없지만 보험금 합의시점에 피해자 몸상태를 고려해 합의금에 포함시키는 향후 치료비 지급도 크게 늘었다. 보험금 누수가 그만큼 심해진 것이다. 전체 자동차보험 사고의 85% 정도가 약관에도 없는 향후 치료비를 피해자 민원이 두려워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약관이나 엄밀한 심사보다 민원을 무마하기에 급급한 결과다.

브로커와 블랙컨슈머가 활개를 치면 선량한 다수 가입자의 보험료는 오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부작용을 차단하려면 보험사들이 심사를 제대로 하고 금융당국이 블랙컨슈머나 보험사기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감원은 지난해 접수된 민원 9만5,000여건 가운데 7~10%가량을 악성 민원으로 추정하면서도 감축대상 민원통계에 포함시켜 부작용을 키웠다.

금감원은 뒤늦게 악성 민원은 민원 발생 건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도 세부기준을 만들지 못한 상태다. 금감원은 지금이라도 은행·보험·증권 등 업권별로 어떤 것을 악성 민원으로 분류할지 충분히 협의해 단계적인 감축목표를 세우고 이행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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