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금은 통화중'

1961년생인 멕 라이언. 우리 나이로 올해 마흔이지만 여전히 귀엽고 매력적이다. 1시간쯤 통화하고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자”고 말하는 지독한 수다장이라도 귀엽다. ‘지금은 통화 중(HANGING UP)’은 처음엔 ‘전화중독증’에 걸린 현대인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이브(멕 라이언)의 전화는 언제나 통화 중이다.성공한 커리어 우먼인 언니 조지아(다이앤 키튼), 무명으로 시작했지만 그럭저럭 자리를 잡은 TV 탤런트인 동생 매디(리사 커드로). 세 자매는 언니를 이해하는 동생, 동생을 다독거리는 언니로 살아가느라 언제나 전화통에 매달려 있다. 이들 사이에 끼어든 치매에 걸린 아버지(월터 매튜). 그를 돌보게 된 이브의 생활은 엉망이 된다. 손에 물한방울 안 묻히면서 이브의 요리 비법을 슬쩍 베껴 자신의 것으로 공개하는 이기적인 언니, 언제나 손해만 보았다고 투덜거리는 동생. 엄마와 이혼하고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아버지의 입원은 의식적으로 애써 감춰 두었던 자매의 불화를 더욱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어 버린다. 이젠 정말 지긋지긋한 할리우드 가족주의의 잔소리를 영화는 그대로 늘어 놓는데, 이런 지겨움은 ‘귀여운’ 멕 라이언으로도 결코 상쇄되지 않는다. 한바탕 다툼, 그리고 화해, 마지막엔 어린시절처럼 밀가루를 뿌리며 장난치는 것까지. 이미 수없이 써온 도식을 풀어 놓으며 “그래도 가족은 소중하다”고 강요한다. 매력없는 중년배우 아담 아킨을 멕 라이언의 남편으로, 그녀가 아이의 어머니로 나온 것만 봐도 영화가 얼마나 ‘사실적’ 이려고 애썼는지 알겠으나, 이런 노력도 상투적 전개와 결말로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한다.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유브 갓 메일’의 로맨틱 코미디 대표 감독 노라 애프런이 제작을 맡고, 동생인 델리아 애프런이 각본을 쓰고, 다이앤 키튼이 감독했다. ‘미국영화의 단점을 한꺼번에 모아놓은 타임캡슐 같은 영화’라는 냉소적 반응이 결코 무리한 것 같지 않다. 적어도 영화적으로는. 8일 개봉. 오락성★★☆ 예술성★★ 박은주기자입력시간 2000/04/0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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