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FRB 금리 올 7번째 인하] '美불황 예상보다 심각' 반영

7년여만에 최저수준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1일 올들어 금리인하를 일곱번째로 금리인하를 한 것은 미국경제의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써 미 금리는 지난 94년 4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FRB가 미국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뿐 아니라 앞으로의 경기전망도 불투명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FRB가 인플레이션 문제가 크지 않는 한 오는 10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다시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이번 금리인하가 지난 여섯번과 다른 특별한 약효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금리인하가 좀처럼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신경제 거품이 꺼지면서 기업수익이 더욱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다우와 나스닥지수가 급락한 것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금리인하의 약발이 전혀 작용하지 못한 때문이다. 물론 금리인하라는 호재가 시장에 이미 반영됐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주가가 급락한 것이 이를 잘 반영해준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푸념이다. 그러나 금리인하의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는 않을지라도 올해 말에나 내년 초에는 저금리의 약발이 미칠 것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미국 재계는 FRB가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고 다음달에 추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비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기회복을 더 확실하게 부추기기 위해서는 이번에 0.5%포인트를 인하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상업회의소(암참)의 마틴 레갈리아 선임 연구원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세금환급 정책과 함께 이번 금리 인하가 경기가 더 퇴조하지 않도록 하는 보험"이라면서 "필요하면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는 점을 FRB가 명백히 한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앞으로 10년간 모두 1조3,500억달러의 세금을 환급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번 회계연도에 400억달러를 국민에게 돌려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돈이 궁극적으로 소비를 촉진시켜 경기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레갈리아 연구원은 "소비가 이어지고 주택 거래도 강세가 계속되는 한편 기업의 재고가 줄어들면 연말까지 경기가 반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스위스 레(Re)의 쿠르트 카를 미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미국경제가 현재 양극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소비심리가 와해하면 침체로 빠져들고 그렇지 않으면 이를 피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FRB가 사태를 방관할 수 없어 금리를 또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경제연구소 컨퍼런스 보드의 델로스 스미스 연구원도 이번 금리인하로 인해 "기업의 투자심리가 진정으로 회복했다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기업 재고가 (크게) 줄어 생산이 본격적으로 회복하지 않는 한 완전한 경기회복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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