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표류하는 민주노총

타임오프제 시행 후 첫 대의원대회 ‘싸늘’


“노조법을 재개정 해야 한다는 집행부의 뜻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투쟁을 뒷받침할 수 있는 동력이 있는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5일 오후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린 서울 성북 구민회관 앞에서 만난 한 대의원은 최근 민주노총이 밝힌 하반기 투쟁 계획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조직의 투쟁 방향에는 동감하지만 문제는 실천력이라는 이 대의원의 지적은 현재 민주노총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민주노총호’가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조직의 사활을 걸고 전개했던 타임오프 도입 반대 투쟁은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이어 올 상반기부터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를 양대 축으로 세워 진행하고 있는 타임오프 무력화 투쟁 역시 큰 성과없이 흐지부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한 대의원은 "냉정하게 말해서 방향타를 잃은 배가 표류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후 민주노총이 타임오프제 시행 이후 첫 대의원대회를 열었지만 회의에 참석한 대의원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날 민주노총은 올 하반기부터 2012년까지의 투쟁기조를 공개했다. 우선 하반기에는 내부 조직력을 복구하고 역량을 정비하는 시기로 삼고, 내년부터는 총파업과 총력투쟁을 벌이는 공세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어 총선과 대선이 맞물려 있는 2012년에는 진보적 정권교체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투쟁목표가 얼마나 실천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당장 노조법 재개정 투쟁만 놓고 봐도 뚜렷한 동력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당초 민노총은 올 상반기에 기아차노조를 전면에 내세워 타임오프 무력화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최근 임단협이 타결되면서 핵심 동력을 잃었다. 보건의료노조 산하 사업장들도 타임오프 한도 내에서 속속 합의를 해 나가면서 타임오프 무력화라는 총연맹의 지침이 무색해져 버렸다. 이런 현실을 반영한 듯 민노총의 올 하반기 투쟁계획에는 과거와 달리 정부를 상대로 한 전면 투쟁 선언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현장 조직강화와 대중운동 전개 등 내부조직을 추스리는 방안이 우선 강조되고 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타임오프 투쟁과정을 통해 민노총이 길거리로 나서려는 투쟁만으로는 변화한 시대 환경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현재 민노총은 표류하는 것이 아닌 시대의 변화에 맞는 운동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고민 중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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