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0ㆍ19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으면서 마지막까지 수위 조절에 신경을 썼다. 정부 스스로도 이번 대책을 통해 시장을 완전히 안정시키기는 힘들다고 판단한 탓이다. 이번 대책에 깊숙이 관여해온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도 “(추가 대책에 대해) 이미 논의를 마친 상태로 언제 발표할지 시기 조율만 남았다”며 “다음주 주식ㆍ금융시장의 동향에 따라 발표 여부와 시점, 그리고 대책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언급, 다음 카드에 대한 준비를 이미 마쳤음을 내비쳤다. 기획재정부ㆍ금융위원회ㆍ한국은행 등 복수의 당국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대책을 마련하면서 원화 유동성 추가 공급과 고강도 증권ㆍ금융시장 안정 등의 단계별 플랜을 마련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우선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다시 상황이 나빠지면 원화 유동성 공급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세부 대책으로는 ▦지급준비율 하향 조정 ▦정책금리 인하 ▦중소기업 총액대출 한도 증액 및 금리 인하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정부가 준비 중인 추가 대책에는 금융기관 자본확충을 위해 정부가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당장 한은은 오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총액한도대출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한은은 지난 9일 총액한도대출 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급준비율 인하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은은 지준율을 인하해도 기업 유동성 공급에 미치는 효과가 적다고 보고 있고 총액한도대출 카드와 함께 쓰는 것은 부담 요인이어서 유보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한은이 다음달 11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이성태 한은 총재는 19일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이 물가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기는 하지만 경기라든지 대외균형 등 여러 가지를 봐가면서 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별개로 금융당국은 고강도 증권ㆍ금융시장 안정대책도 생각하고 있다. 증권시장 대책으로는 10ㆍ19 대책에서 빠진 증권거래세 인하가 담겨 있다. 이미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외에도 증시 수요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증권업협회 등이 건의한 ‘증권시장 안정펀드’ 규모를 확대, 조기 출범시키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증권업협회 등이 건의한 펀드 규모는 4,000억원. 금융당국은 이 규모를 확대하고 시기도 앞당기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이외에도 정부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대해 정부 출연금을 확대,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자기자본이 늘면 그만큼 더 보증에 나설 수 있다. 또 현행 15%인 주식 가격제한폭을 축소하거나 매매시간 단축, 주식거래 일시 정지, 임시 휴장 등의 긴급사태 처분권 행사 등의 비상조치도 마련해두고 있다. 10ㆍ19 대책에서 빠진 금융기관 자본확충과 예금보장 금액 한도 상향 및 대상범위 확대도 여러 차원에서 검토를 진행 중이다. 자본확충은 민간 금융기관에 정부가 현물출자 등의 방식으로 돈을 투자, 자본금을 넓혀주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예금보장 금액 상향 및 대상범위 확대를 위한 세부 안도 만들고 있다. 보장금액을 현행 5,000만원에서 더 넓히고, 한시적으로 은행채ㆍ양도성예금증서(CD) 등을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은행채 등은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