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잠재성장률을 놓고 공방이 치열하다.
논쟁의 뼈대는 우리 경제가 앞으로 4~8년 동안 달성할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의 성장능력이 정부 의지대로 5%대 이상인지, 민간연구소의 주장대로 4%대로 추락하는지 여부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부는 오는 29일 삼성ㆍ현대 등 민간연구소와 함께 이에 대한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용어로 한 국가의 경제력을 나타내는 척도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전례 없이 강한 어조로 5% 잠재성장론을 강조했다.
그는 “매년 40만명의 신규 진입 노동자가 있다는 자체가 잠재성장률을 가늠하는 ‘요소 투입’이 당분간 늘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5% 상정은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2년까지, 한국은행은 2008년까지 잠재성장률이 5%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노동생산성과 경제 전체의 생산성은 여전히 상승추세”라고 덧붙였다.
이 부총리는 다만 ‘주40시간 시행이 노동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를 관건으로 꼽고 ▦고유가(37~38달러)로 성장률이 0.4%포인트 안팎 떨어지는 부분 ▦수출 증가율 하락에 따른 내수의 기여 정도 ▦내년 하반기부터 건설경기가 침체를 보일 것이란 부분 등 3가지를 위험요인으로 들었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달 민간연구소로는 처음으로 올해부터 2010년까지 잠재성장률이 4.0%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총요소생산성의 획기적 개선 없이는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미래 신산업 준비부족과 고령화, 노사갈등을 성장력 약화요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최근 국회예산처까지 “경상성장률이 1% 하락하면 총 국세수입도 1% 낮아진다”며 “성장률 예측차가 4~5년 지속되면 2008년 국세수입은 정부 예측과 3~5%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지적, 정부가 2008년까지 5%대의 실질성장률과 8%대의 경상성장률을 전제로 세수가 연평균 8.3%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오차에도 불구, 양측 모두 추가 부양조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한다. 이 부총리는 “재정지출 확대정책이나 건설수요 확대정책 등 노력이 지속될 때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이 가능하다”며 ‘네오 뉴딜 프로젝트’를 포함한 추가 부양책을 조건으로 달았다. 그는 특히 “여성과 정년퇴직 인력 등 잠재 노동력이 요소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을 ‘플러스 알파’의 요인으로 들었다.
민간에서는 실물 부문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5% 달성의 전제조건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신산업으로의 급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정신 위축과 우수인력 부족 등으로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