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철 감사원장이 정년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물러남에 따라 전 정권에서 임명된 임기직 인사들의 후속 사퇴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그동안 전 정부의 임명직 인사가 새 정부에 신임을 묻는 것이 도리라는 게 일관된 원칙이며 전 원장도 예외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여권 관계자들은 특히 전 원장과 정연주 KBS 사장 등이 자리를 고수함에 따라 새 정부의 인선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상징적인 전 원장이 사퇴함으로써 앞으로 있을 공기업 인사 등에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는 것이 여권의 판단이다.
여권은 전 원장 사퇴를 계기로 일부 임명직 인사들에 대한 사퇴 압력을 가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특히 새 정부 들어 자리 보전을 하면서도 새 정부에 칼 끝을 겨누는 식의 인사에 대해선 조기 정리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전 원장 후임으로는 당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사람은 없지만 전 원장이 호남 출신인 점을 감안, 호남 배려 원칙이 지켜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호남 출신인 임상규 전 농림부 장관과 함께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 김종빈 전 검찰 총장, 안강민 전 대검 중수부장 등이 거명되고 있으나 의외의 인물이 기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 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사퇴 선택 시점과 관련, “감사원장은 헌법정신에 따라서 임기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으나 나를 임명했던 대통령이 바뀌었고, 나를 신임했던 국회가 오는 5월30일 종료되기 때문에 그 전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해 5월 말이 가까워 오는 이 시점을 택했다”고 말했다.
전 원장은 또 새 정부 들어 한 마음고생도 솔직하게 토로했다. 그는 “공직자의 외길을 43년간 걸어왔는데 제 자화상이라는 게 어쩌면 영혼 없는 공직자 상이었다는 비판이 있었다”면서 “지난날을 회고해보면 자장면과 소주로 배고픔을 달래면서 살아왔던 공직자인데 공직자 전체를 영혼 없는 것으로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부 언론보도를 비판했다.
전 원장은 참여정부 때인 지난 2003년 감사원장에 임명된 뒤 지난해 11월 연임돼 현재까지 근무해왔다. 전 원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수산청장에 임명된 뒤 김대중 정부 들어 공정거래위원장, 기획예산처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경제부총리 등을 지냈고 참여정부에서 감사원장에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