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Book in depth] 분배 평등에 중심축 두면 '진보' 기여도 따른 비례원칙의 '보수'

■ 하이트의 도덕성 잣대로 본 정치는


세계 긍정심리학계의 선도 주자인 하이트가 미국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선보인 '진보와 보수의 도덕적 뿌리'라는 18분짜리 강의 동영상. 각 분야의 저명인사와 괄목할만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의 강의를 공유하는 비영리재단 TED의 사이트에서다. 이후 '종교, 진화와 자기 초월의 행복' '공동의 위협이 어떻게 공통의 (정치적) 합의를 만들어내는가' 등 세 편의 강의를 합쳐 조회수 300만건을 넘어서며 세계적으로화제를 모았다. 이번 책 '바른 마음'은 도덕성이 주제지만, 진보-보수·정치·종교 등 세 가지 주제로 진행된 TED 강의가 더 확장된 형태로 실렸다.

그는 인간의 삶이란 결국 협조를 통해 서로 이득을 얻는 기회의 연속이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호의를 기억하고 차후 보답할 가능성이 높은 상대를 가까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되갚기' 게임에 익숙할수록 도덕성에 예민해지고, 그 기반이 되는 속성의 하나인 공평성을 따진다. 하지만 같은 공평성이라도 중심 축에 평등을 두면 진보주의로, 무임승차를 막는 비례원칙을 따지게되면 보수주의로 간다. 힘 없는 특정집단에게도 결과물이 고루 나눠져야 한다는 쪽과 기여한 정도에 따라 보상받아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는 것이다.


하지만 하이트는 이런 정치적인 입장에 상관 없이 선거에서는 이성적인 수치보다 감정을 건드리는 직관적인 구호와 내용이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또 그런 의미에서 약자에의 배려와 정부 간섭으로부터의 자유, 분배의 공평성 정도의 도덕성 기반을 활용하는 진보진영이 불리하다고 봤다. 보수진영은 이에 사회유지를 위한 충성심과 위계질서, 가치 기반 등 도덕성을 이루는 여러 요소를 모두 자극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관련기사



그는 공화당의 1988년 광고를 예로 든다. 당시 윌리 호튼이라는 흑인 범죄자의 얼굴 사진을 넣어 만든 광고를 통해, 공화당은 민주당 듀카키스 후보가 '범죄자 주말 휴가'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그들의 정책 세부내용으로 광고를 채웠고, 그 해 대선에서 패했다. 그는 2005년 민주당 존 케리 후보가 공화당 조지 부시에게 밀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한다.

한편 크게는 진보-보수로 갈려 점점 감정적으로 변해가는 미국 정치권과 당파성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과거 마르크스에 경도된 정치이론가들은 부자와 권력자를 보수로, 농민과 노동자를 진보로 분류했다. 소위 계급에 따른 수혜가 진보-보수를 정한다고 봤지만, 요즘에는 이러한 기준이 깨져 부자든 빈민이든 진보-보수가 모두 존재한다. 엄밀한 구분은 아니지만 기업가는 대체로 우파, 하이테크 갑부는 좌파, 또 시골 빈민은 우파, 도시빈민은 좌파로 구분된다.

이러한 가운데 저자는 진보와 보수가 음(陰)-양(陽)의 관계일 수 있음을 지적한다. 진보주의자들이 강조하는 약자에의 배려는 정부로 하여금 기업을 제약하게 하고, 또 규제를 통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 시장의 힘을 신봉하는 자유주의자나, 체제 유지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사회적 보수주의자 역시 나름의 몫이 있다고 덧붙이며, 하이트는 이들 모두가 함께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각 편에는 저마다 좋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 이야기 중에는 뭔가 귀담아들을 것"이 있지 않냐며.


이재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