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내전화 컨소시엄/대기업군 “몫 확대” 요구

◎지역영업권외 독자통신망 보유·운용권 강력 희망/삼성·현대·대우 등 타협깨질땐 단독추진 가능성도제2시내전화사업자 컨소시엄 구성을 둘러싸고 관련기업들간에 치열한 「워게임(War Game)」이 벌어지고 있다. 오는 6월 사업권이 결정되는 제2시내전화사업자는 자본금 1조원에 총 투자비가 5조∼7조원에 이르는 거대기업이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측면만으로도 현실적으로 컨소시엄 2∼3개가 한꺼번에 출현하여 경합을 벌이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많은 기업이 「하나의 우산」밑에 모여 이뤄지는 그랜드컨소시엄이 탄생, 사업권을 딸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따라서 이번 시내사업자 선정은 한 컨소시엄 내에서 「우산대」는 누가 쥘 것인지, 또 수많은 객들 가운데 누가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할 것인가 하는 「자리싸움」이 그 핵심으로 보인다. 현재 컨소시엄 구성에서 키를 쥔 기업은 대략 4개 유형으로 분류된다. 우선 떠오르는 존재는 데이콤. 또 하나는 전국규모의 기간 광통신망과 CATV망이라는 강력한 통신인프라를 갖고 있는 한전과 그 관계사. 세번째 그룹은 삼성·현대·대우·효성 등 대기업군이며, 한국이동통신·온세통신·한솔PCS 등 기존 통신사업자들 역시 또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색깔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한데 어울려 치열한 머리싸움을 펴고 있다. 참여기업들은 컨소시엄의 주도기업을 자처하는 데이콤을 표적으로 삼아 최근 잇따라 압박성 카드를 던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과 온세통신, 두루넷 등이 흘리고 있는 『단독추진 불사』발언이 그 예다. 시내전화사업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통신망 인프라를 갖고 있는 한전이 정작 별다른 입장표명없이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도 「한전의 수」가 뭘까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하지만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막후협상 과정에서 데이콤과 가장 첨예한 갈등을 보이는 상대는 삼성·현대·대우·효성 등 대기업들. 데이콤은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 싫으면 빠져라』고 말하고 있으며, 대기업들은 『데이콤이 너무 힘준다』며 비판하는 등 관계가 악화돼 있다. 데이콤은 『주주들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도는 지역영업권』이라고 못박고 있지만 대기업들은 『1천억원 가까운 돈을 대고 지역영업권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고 맞서 양측의 입장차이는 크다. 대기업들이 요구하는 핵심은 영업권에 더해 해당지역에 독자적으로 통신망을 구축, 보유, 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단지 자본참여나 요금수입을 거두는 차원을 넘어 지역에서 자신의 통신망으로 명실공히 통신사업을 해보는 것이 시내전화사업 참여목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콤은 『신생회사의 통신망 분할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며 반대의사가 완강하다. 『제2시내전화사업자는 한국통신이라는 막강한 상대를 맞아 싸워야 할텐데 경쟁도 하기 전에 적전분열식으로 통신망이 쪼개져서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현재 양측의 시각차이는 워낙 커서 쉽게 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삼성·현대·대우·효성·금호 등 5사 관련임원들은 연일 회동하며 대데이콤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어 양진영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여기에 한국이동통신 등 기존 통신사업자들이 역할증대를 위해 술렁이고 있고, 8개기업 연합인 온세통신의 대주주중 지역연고가 있는 롯데 등의 경우 부산 등 텃밭의 지역영업권을 주장하며 돌출할 가능성이 있으며, LG그룹의 향배도 데이콤과 대기업군간의 제휴에 만만찮은 변수로 남아 있는 등 시내전화 컨소시엄 구성에는 대단히 복잡한 변수와 장애물이 깔려 있다. 때문에 재계에는 갖은 난관을 극복하고 그랜드컨소시엄이 결국 탄생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과 함께, 사업자 선정과정의 경쟁 또는 선정연기라는 차악, 최악의 시나리오도 돌고 있다.<이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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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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