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침몰] 안전 외면·구조 난맥·정부 무능… 처음부터 끝까지 불신만 키웠다

■ 되돌아본 사고 10일

구조현장 허둥지둥… 단 1명의 목숨도 못구해 좌절감

일사불란한 통제 없고 황당한 공무원 행태에 분노

조끼 벗어준 친구·제자 구하러 간 교사 사연에 뭉클

"부웅~ 부웅~" 지난 15일 오후9시 승객과 승무원 476명을 태운 대형여객선 세월호는 출항을 알리는 기적 소리와 함께 인천연안여객터미널을 빠져나와 제주로 향했다. 배에는 첫 수학여행에 들떠 있는 안산 단원고 2학년생 325명도 함께 타고 있었다. 어느덧 항해 12시간이 지나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쪽 3㎞ 해상을 지나던 16일 오전8시50분께 배는 갑자기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두 시간 반 만에 선수 일부만을 드러낸 채 거꾸로 뒤집혀 물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로부터 10일이 지난 25일. 180여명은 배 안팎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여전히 110여명은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다. 승객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은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실종자 가족들은 이제는 시신이라도 온전히 찾아달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사고 초기부터 지금까지 허둥지둥 댄 정부는 신뢰를 잃은 지 오래고 온 국민은 커다란 슬픔 속에서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애초부터 세월호는 사고위험을 안은 채 바다를 가르고 있었다. 문제는 돈이었다.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일본에서 18년간 운행하고 퇴역한 낡은 배를 싸게 들여와 더 많은 승객과 화물을 싣도록 개조한 뒤 세월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 과정에서 구조적 결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객선사의 저임금 구조로 주로 초보 선원들이 채용됐고 선장조차 계약직이었다. 이들에게 안전 운항과 시맨십(선원정신)을 기대하기는 처음부터 틀렸을지 모른다. 기상 악화 속 무리한 출항과 화물 과적 모두 이익에 눈멀어 안전을 내팽개친 선사의 실책에서 비롯됐다.

믿었던 배와 선원으로부터 버림받은 세월호 승객들은 살려달라고 발버둥을 쳤지만 배가 물속으로 가라앉고 난 뒤에는 단 한 명의 목숨도 구조하지 못했다. 사고 이후 지금까지 정부의 행동을 보면 사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허둥대기만 했다.


사고 직후 해양수산부와 안전행정부·교육부·지방자치단체는 제각각 대책본부부터 꾸렸다. 인명피해 집계도 제대로 못한 안행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퇴출당했고 결국 사고 발생 사흘째에야 이주영 해수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가 마련됐다. 1분 1초가 아까운 귀중한 구조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는 데 일사불란한 통제는 없었다. 오로지 80명만 구해놓고 자랑한 해경과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촬영한 고위공무원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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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조기' '첨단 구조장비' '최대 인원' '24시간 수색' 등의 그럴듯한 수사(修辭)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헛된 희망만 안겨줬고 이들의 분노로 되돌아왔다.

1%의 생존 가능성에 모든 걸 걸었던 가족들은 구조 여건이 좋아질 거라는 정부 발표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물살이 느려진다는 지난 22~24일 사흘간의 소조기에도 사고 해역 바닷속은 여전히 거칠었고 탁한 물속에서 첨단 구조장비들도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구조팀 규모는 700여명으로 소개됐지만 실제로 동시에 투입 가능한 최대 인원은 10명도 안 됐다. 수시로 구조작업은 중단됐다.

25일까지 실종상태로 남아 있는 110여명 가운데 상당수의 시신이 유실될 상황에 놓이자 가족들은 폭발했다. 이 장관과 해경청장은 지난 24일 오후6시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가족들에게 꽁꽁 둘러싸여 거친 지적을 한몸에 받아야 했다. 그들이 자초한 일이었다.

이 와중에 정부가 민간 자원봉사 잠수사들의 수색을 막는다는 주장이 잇따랐고 정부가 매끄럽게 해결하지 못하며 갈등이 불거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그나마 침몰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일부 선생님과 학생·승무원들이 보여준 아름다운 모습이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가라앉고 있는 세월호에서 한 남학생은 자신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줬고 한 선생님은 마지막까지 제자들의 탈출을 돕다 본인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제 갓 입사한 새내기 승무원은 끝까지 배를 지켰다.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 달기 캠페인이 퍼지며 전국 각지와 온라인 세상이 노란 물결로 가득 찼고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군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으로는 연일 자원봉사자들이 몰리고 구호품이 속속 도착했다. 경기도 안산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임시분향소'에는 설치 사흘째인 이날 오전까지 4만명이 넘는 조문객이 다녀가는 등 온 국민은 함께 아픔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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