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 간 우리나라는 정부의 정보화촉진정책의 성공에 힘입어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2002년 3월 3,000만명을 넘어섰고,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는 2002년 10월 1,000만명을 돌파했다. 또 월드컵을 계기로 보급이 늘어나기 시작한 디지털TV는 2002년 11월 60만대를 돌파했고 올 초에는 100만대 이상이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관련 산업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활양식도 크게 변모시키고 있다.
브로드밴드의 확산으로 양방향 대용량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이에 따라 다양한 컨텐츠의 디지털화가 급진전되고 있다. 또한 이동통신기술의 발달은 장소와 거리를 극복할 수 있게 하였으며, 사이버아파트를 중심으로 홈 네트워크가 확산되고 있다.
정보통신 인프라의 고도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다양하고 새로운 산업 창출의 진원지가 됨과 동시에 기술개발의 방향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지금까지의 기술개발이 인프라 구축을 위한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이용, 국민 모두에게 실질적 혜택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즉 모든 개인이 일상생활 속에서 디지털 제품 및 서비스를 활용하여 언제 어디서 어느 기기로나 네트워크에 연결함으로써 보다 편리하고 즐겁고 안전하고 생산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디지털 라이프의 실현에 모든 기술개발 노력이 집중될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라이프는 나이ㆍ지적 수준ㆍ장애 등에 구애받지 않고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제공할 것이며 구매ㆍ오락ㆍ의사소통ㆍ학습ㆍ의료ㆍ비지니스 등 일상생활의 모든 측면에 적용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활용을 통해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오락과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 쉬운 예로 첫째, 단순하고 반복적인 가사노동이나 사무는 자동화와 원격제어를 통해 보다 편리해지고 경제적이며 안전해진다.
둘째, 모든 기기ㆍ단말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컨텐츠가 공유됨으로써 자원의 효율적 이용이 가능해진다.
셋째, 다양한 단말을 이용하여 어느 곳에서나 원하는 사람과 언제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된다.
넷째, 양방향 멀티미디어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디지털 홈 엔터테인먼트가 가능해짐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실감몰입형 멀티미디어 서비스로 발전, 차원 높은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섯째, 재택 근무나 모바일 오피스 등의 확산으로 유연한 업무수행이 가능해지고 이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디지털 라이프의 실현을 위해서는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개인ㆍ가정 및 사회 전반에 걸친 디지털화와 함께 초기 시장창출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미래 유비쿼터스(Ubiquitous) IT와의 긴밀한 연계가 요구된다.
개인의 디지털화는 휴대단말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는데, 개인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기기 및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으려면 네트워크 통합과 단말의 지능화ㆍ소형화 및 통합화가 필요하다. 가정의 디지털화는 홈네트워킹을 통해 달성되는데 홈네트워크의 확산을 위해서는 통신사업자ㆍ가전업체ㆍ건설업체 등의 민간기업과 정부의 긴밀한 공조가 요구된다.
다음으로 대기업ㆍ중소기업ㆍ소규모자영업(SOHO)ㆍ공공기관ㆍ비영리단체ㆍ지역단체 등 모든 사회조직의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정부의 기업정보화 지원사업ㆍ소기업 네트워크화사업ㆍ공공정보화사업 등이 확대된다면 물리적 기반의 지역 커뮤니티들이 전자적 기반의 가상 커뮤니티(Virtual Community)로 급속히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초기 시장창출이 급선무인데, 도로ㆍ교통ㆍ환경ㆍ교육ㆍ의료 등 공공부문을 먼저 디지털화 함으로써 관련 기업들에게 초기 수익기반을 조성해줘야 한다. 기업들은 여기에서 발생한 매출을 기반으로 디지털 라이프 관련 장비 및 서비스의 저가화를 추진하고 다양한 수익자부담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디지털 라이프의 확산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2010년께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가 확산되어 사람과 조직뿐만 아니라 사물 및 장소까지도 네트워크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렝瞿?등의 선진국도 유비쿼터스 IT의 구현을 목표로 페타(peta)급 컴퓨터 개발, 광통신망 구축,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는 소프트웨어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대비해 소프트웨어기술, 소자렉曠?및 시스템기술 등의 핵심기술과 센서, 시스템온칩(SoC), 고성능 컴퓨팅, 유저 인터페이스, 인공지능, 가상현실, BTㆍNT 등의 취약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오길록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