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액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연말 증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는 공매도 가능성이 높아 주가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연말 배당을 노리고 쇼트커버링이 발생하면 주가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대차잔액 금액은 50조1,003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차잔액이 5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차잔액은 1월 40조4,000억원에서 시작해 10월 말 48조원 돌파에 이어 지난 11일 49조원대에 진입하면서 증가세를 이어갔다. 대차잔액 수량도 21일 기준 17억9,000만주로 역대 최대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기관투자가 등이 주식이 필요한 다른 투자자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빌려주는 거래다.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한 투자자는 주식을 빌려 매도(공매도)한 후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돌려준다. 때문에 대차잔액이 늘어나는 것은 주가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코스피는 10월 초 2,000선이 무너진 후 뚜렷한 방향성 없이 1,930~1,960선에서 오르내리는 박스권에 갇혀있다. 고승희 SK증권 연구원은 "10월 이후 대차잔액 증가가 이어지면서 공매도 비중이 커져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대차잔액이 많이 쌓인 업종이나 종목은 앞으로 공매도가 몰려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최근 한 달간 대차거래 체결이 많은 종목들은 DGB금융지주(139130)·삼성중공업(010140)·팬오션(028670)·대우조선해양(042660)·한화케미칼(009830) 등이다.
반면 연말 배당 시즌을 맞아 대규모 쇼트커버링이 발생하면 증시에는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말 배당을 받기 위해 주식을 빌려준 사람이 상환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연말이 되면 대차잔액은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연말 배당을 받으려는 기관투자가 등이 빌려서 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시장에서 주식을 다시 사들이면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