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일 낮12시 정각. 평양 모란봉구역의 4ㆍ25문화회관 광장.
노무현 대통령과 김영남 북측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광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평양시민들의 환호 속에 나란히 무개차(오픈카)를 탄 채 광장에 진입했다.
광장에는 5분 전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노 대통령은 천천히 차에서 내린 뒤 10m 정도를 걸어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눴다.
남과 북의 정상이 7년여 만에 다시 손을 맞잡은 순간이었다. 7년 전과 같은 뜨거운 포옹이나 환한 웃음은 보이지 않았지만 두 정상이 다시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벅찬 장면이었다. 두 정상은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었지만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김위원장은 권양숙 여사와도 악수를 나눴다.
이어 두 정상은 문화회관 광장에 깔린 붉은색 카펫을 밟으며 나란히 북한 육ㆍ해ㆍ공 의장대의 사열을 받았다. 지난 2000년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군악이나 축포는 없었으며 사열 내내 두 정상의 표정은 약간 굳어 있는 느낌이었다.
노 대통령은 북측 전희정 김정일위원장 의전비서의 안내를 받으며 북측 고위인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그때서야 노 대통령의 얼굴은 다소 펴졌지만 김 위원장은 조용히 뒤에서 지켜볼 뿐 이렇다 할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북측 여성들에게서 받은 꽃다발을 높이 들어 평양시민들의 환영 함성에 화답했고 시민들의 ‘만세’ 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김 위원장도 남측 공식수행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다른 수행원은 모두 고개를 약간씩 숙였지만 김장수 국방장관만은 고개를 숙이지 않는 모습도 목격됐다. 두 정상은 12시6분께 나란히 연단에서 북측 의장대의 사열을 지켜본 뒤 평양시민들의 계속되는 함성에 답례했다. 노 대통령은 계속 손을 흔들었고 김 위원장도 가끔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12시11분께 두 정상은 다시 악수를 나눈 뒤 각각 다른 차에 올랐다. 2000년 정상회담 때와 같은 ‘깜짝 동승’이 연출되지는 않은 것이다. 노 대통령은 전용차로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로 향했고 김 위원장 역시 같은 곳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오전11시40분께 평양시내 인민문화궁전 앞에 도착, 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영접을 받았다. 노 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오픈카에 나란히 올라 인사를 나눈 뒤 11시42분쯤 공식 환영식이 열릴 4ㆍ25문화회관 쪽으로 평양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노 대통령은 김 상임위원장과 오픈카에 선 채로 얘기를 나누며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카퍼레이드는 평양시 중구역 인민문화궁전 앞에서 평양시 대성구역 4·25문화회관까지 6㎞에 걸친 왕복 6차선 도로에서 20분 남짓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