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국제통화기금(IMF)는 2008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지난 7월 전망치보다 무려 0.9%포인트 하락한 1.9%로 하향 조정했다. IMF가 성장률을 대폭 수정한 이유로 지속적인 주택시장의 둔화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점을 들었다. IMF는 "미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돼 금리인하가 정당화할 것"이라며 추가 금리인하까지 촉구했다. 지난 2005년 말부터 둔화되기 시작한 미국의 주택경기가 서브 프라임 모지기 부실 폭발을 계기로 확연한 침체국면에 접어들자 미 경제 침체론이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다. 주택경기 하강이 미국 경제의 버팀목인 소비의 침체와 고용 축소로 연결되는 이른바 부동산발 경기침체 시나리오다. 주택경기 침체가 거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역의 자산(reverse wealth effect)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부동산과 주식 등 보유자산 가치가 늘어나면 소비가 늘어나는 것과는 반대로 집값 하락이 소비 둔화를 낳는다는 이론이다. 미국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조짐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민간경기분석기관인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9월중 소비자신뢰지수는 99.8을 기록해 2005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소비를 줄인다는 응답비율과 그렇지 않다는 비율이 아직은 엇비슷하지만,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음은 통계 지표보다 실물 경제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미국의 최대 소비 품목인 자동차 판매대수는 8월부터 줄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쿠폰을 가지고 온 고객에게 물건값을 할인해주는 할인쿠폰제도를 서브 프라임 부실 사태 이후 3개월 만에 부활했다. 화학 업체인 듀퐁의 순이익 감소 원인이 부엌과 화장실용 제품 수요에서 비롯됐고, 세계최대 건설중장비 회사인 캐터필러의 실적이 월가 예상치 보다 낮았다는 점이 지난 19일 미 증시 폭락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은 주택경기의 파급 효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모기지 회사와 주택업체에서 시작된 고용시장의 찬바람은 유통 등 다른 산업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이 10%가량 하락하면 소비 및 주택부문 투자부진으로 미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로 추정되는 올 해 미 경제성장률을 감안할 경우 주택가격이 두자릿수로 하락한다면 1% 이하의 심각한 침체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미 경제의 침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세계 경제 및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대미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물론 한국경제가 미국 발 충격에 취약하다. 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단행할 경우 달러 약세의 심화와 이에 따른 미 금융시장의 자본이탈, 이머징 마켓의 리스크 증대 등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