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회사채 시장 '4월 위기설' 수그러드나

LG디스플레이·현대위아 신용등급 상향에 수요예측 흥행

A등급 건설사 만기채 현금 상환

내일 한화건설 수요예측이 변수


건설 등 취약업종의 대규모 회사채 만기 도래로 '4월 위기설'에 휩싸였던 회사채 시장이 초반 안정을 찾고 있다. 일부 대기업 계열사가 신용등급 상향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수요예측을 마쳤고 A등급 건설사도 자체 보유 현금으로 회사채 상환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9부 능선을 넘는 모습이다. 다만 한화건설이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4일 수요예측에 나서 이 결과가 회사채 시장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LG디스플레이(034220)가 2,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총 6,600억원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현대위아(011210)도 1,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에 1,600억원의 기관 수요 자금이 희망금리 밴드 내로 들어왔다.


수요예측 흥행으로 LG디스플레이와 현대위아는 개별민평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해 비용을 상당 부분 절약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발행액 증액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모두 대기업 계열사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보다는 최근 신용등급 상승이 수요예측 흥행으로 직결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를 비롯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지난달 말 LG디스플레이와 현대위아의 신용등급을 모두 'AA-'에서 'AA'로 상향 조정했다.


한 증권사 채권자본시장(DCM) 관계자는 "두 기업이 같은 날 수요예측을 실시해 기관 자금이 분산될까봐 우려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신평사의 등급 상향 조정이 기관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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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조원이 넘는 회사채 만기 상환을 앞뒀던 건설사들도 대다수 자체 보유 현금으로 급한 불을 끄면서 회사채 시장에 큰 잡음을 만들지 않고 있다. 롯데건설은 13일 만기 도래하는 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현금으로 갚기로 했고 GS건설도 4일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2,000억원을 현금 상환할 예정이다. 한라는 17일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을 위해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신청한 상태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취약 기업이 만기 도래 회사채 상환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면 산업은행이 총액의 80%를 인수해 기업의 상환 리스크를 줄여주는 제도다.

문제는 한화건설이다. 한화건설은 21일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차환을 위해 3년 만기 2,1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다음주 발행할 예정이다. 희망금리는 개별민평금리보다 0.1~0.3%포인트 가산한 수준으로 써냈다. 건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되는 상황을 반영해 희망금리를 대폭 올려 기관투자가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화건설은 지난해 세 차례 회사채 발행에서 모두 미매각이 발생해 기관투자가들의 외면을 받았다. 한화건설이 4일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또다시 실패할 경우 건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다시 악화될 수 있다.

김은기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다른 A급 건설사들이 현금 상환을 선택한 것과 달리 한화건설은 과감하게 회사채 발행을 통한 차환을 선택했다"며 "결과가 안 좋을 경우 건설을 비롯한 해운 등 취약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계속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평사들이 전보다 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점도 회사채 시장에 변수다. 그동안 신평사들은 '등급 인플레이션'으로 많은 질타를 받아온 터라 올해 정기평가를 앞두고 이달부터 A급 기업을 중심으로 등급 강등에 나설 수도 있다. 실제로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롯데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린 상태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우량 기업은 회사채 수요예측에 성공하고 일부 기업이 회사채 발행보다는 현금 상환으로 방향을 틀면서 현재 회사채 시장은 표면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 모습"이라며 "하지만 건설 등 취약업종의 회사채 미매각률이 늘어나고 앞으로 신평사들이 더 엄격하게 등급을 평가할 경우 회사채 시장 위기설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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