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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美, 인도 가치 너무 높게 매겼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7월21일자>

최근 백악관은 만모한 싱 인도 총리의 방문에 양국 관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처럼 요란하게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철저히 미국의 전략에 의한 것이다. 인도는 아시아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강자이자 글로벌 경제에 안착한 민주주의 국가이며 맹목적인 테러리즘의 반대자이기도 하다. 또 무엇보다 인도는 아시아에서 중국의 잠재적인 대항마로 손꼽히고 있다. 미국이 인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약삭빠르게 행동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인도의 민간 핵에너지 개발에 협조하겠다는 발언은 여러 문제제기를 하게끔 만든다. 지금 미국은 핵 보유국으로 알려진 인도에 대해 오랫동안 금지해왔던 핵 기술 이전을 허용하고 인도가 필요로 하는 핵 연료를 판매할 태세다. 미국이 이런 식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면 응당 인도도 뭔가 주는 게 있었어야 한다. 최소한 인도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 수용, 핵무기 실험 중단, 핵확산방지조약(NPT) 준수 등을 약속했다면 미국 안팎에서 의문이 제기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인도는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부시 대통령이 인도의 가치가 핵과 맞바꿀 정도로 높다고 판단했다면 국제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인도의 핵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옳다. 미국과 인도의 ‘핵 거래’는 인도의 인접 국가들에 핵무기 보유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해보도록 장려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제 그들은 인도처럼 손쉽게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 국가는 대규모 테러에도 사용될 수 있는 이 가공할 무기를 손에 넣는 것이 강대국으로 가는 발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인도와 오랜 갈등 관계에 있는 파키스탄은 부시 행정부에 조만간 인도와 같은 핵 보유 조건을 요구할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의 거센 핵 포기 요구에 시달렸던 이란 관료들 또한 미국의 이중 잣대를 걸고 넘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 것도 받지 않고 주기만 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판단은 인도의 가치를 너무 높게 매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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