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년간 수주 실적 '0' 크레인 멈춰선 한진重

부지 협소해 설비확장 엄두도 못내 경쟁력 상실<br>내년 4월 이후 일감없어 조업중단 불가피할듯<br>사측 감원 계획에 노조 총파업 맞서 '설상가상'


'대한민국 조선역사' '대한민국 조선1번지'로 불리는 한진중공업의 크레인이 멈춰섰다. 한진중 영도조선소는 지난 2008년 해양경찰청에서 소형 경비정 9척(2,200억원)을 수주한 후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2년간 수주공백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내년 4월 이후에는 일감이 없어 조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진중은 최근 생산직 직원 400명을 구조조정하는 내용의 '인력감축계획안'을 노조에 통보했다. 한진중 노조는 대규모 인력감축 계획에 맞서 20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진중은 지난 2년간 단 한 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했지만 노사는 구조조정과 파업으로 대립하며 갈등을 키워오고 있다. 1937년 설립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한진중 왜 이렇게 됐나=한진중이 2년 동안 단 한 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한 것은 한마디로 경쟁력 상실 때문이다. 한진중 영도조선소는 26만㎡ 규모로 부지가 협소하다. 조선소 확장은 높은 지가와 인근 지형상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설비 노후화도 걸림돌이다. 경쟁사들의 선박조립 크레인이 1,000톤 규모임에도 영도조선소의 선박 조립 크레인은 100톤에 불과하다. 한진중의 한 관계자는 "부지가 협소해 최신 설비 투자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원가구조가 경쟁사보다 높아 현실적으로 수주가 쉽지 않다. 주력 건조 선박도 저부가선박인 벌크선이어서 중국에 이미 경쟁력을 추월당했다. 부지가 좁아 투자가 어려운데다 기존 주력 선종은 후발국의 경쟁에 밀려 계속 운영이 어려운 상태이다. ◇생산거점 필리핀 수빅조선소로 이전=한진중은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거점을 영도조선소에서 필리핀 수빅조선소로 옮기고 있다. 부지가 협소한 영도조선소에서 선박을 수주한다면 건조되는 시점인 1~2년 후에 곧바로 손실로 직결된다는 이유에서다. 생산단가가 높은 영도조선소는 군함 등 고부가가치 특수목적선 수주 전략을 펼치고 수빅조선소는 컨테이너선ㆍ벌크선ㆍ유조선 등 상선 분야에 집중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2008년 완공된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부지 규모는 264만㎡에 달하며 길이 370m의 5독과 길이 550m, 폭 135m에 달하는 세계 최대형 6독을 갖췄다. 4기의 골리앗크레인과 자동화기기를 보유한 총 길이 1,000m 규모의 조립공장 등 최첨단 설비를 완비했다. 인건비가 싼 수빅조선소는 높은 가격경쟁력으로 현재 3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한진중의 한 관계자는 "'살아남기 위한 변화'를 선택한 것이며 앞으로 경쟁력 있는 조선소로 재탄생해 조선산업을 이끄는 선두역할을 분명히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바람 앞의 등불' 한진중 영도조선소=사측은 수빅조선소에서 상선을, 영도조선소에서 특수선을 특화해 건조한다는 전략이지만 현실적으로 특수선만 건조해서는 생존하기 어렵다. 지난 2년 동안 특수선 수주가 하나도 없는 것이 증거다. 한진중 노조는 고부가가치 특수목적선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영도조선소에 대해서도 "지난해 (전략을) 발표한 후 지금까지 아무런 실적도 없고 영도조선소에 고부가가치선 건조를 위한 설비도 증설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한진중 노조는 "영도조선소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영도조선소 폐쇄의 수순을 밟는 것"이라며 "올 초에도 410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됐고 이번에도 400명을 감축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진중 노조는 20일 총파업으로 맞설 계획이다. 노조는 또 시민단체ㆍ진보정당으로 구성된 가칭 '한진중공업 살리기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부산 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20일 기자회견과 23일 부산시민대책위 결성 집회를 여는 등 본격적으로 저지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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