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奎錫 데이콤사장『데이콤은 더이상 전화회사가 아닙니다. 종합정보유통회사라고 불러야 합니다』
지난달 23일 데이콤 사령탑에 오른 정규석(丁奎錫)사장은 5일 『21세기에는 인터넷 사업의 강자만이 살아남는다』며 『오는 2005년까지 데이콤을 세계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종합정보통신회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천리안을 중심으로 전자상거래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사업 폭을 점차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또 IMT-2000 사업을 따내기 위해 어떤 기술이 표준안으로 결정되더라도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개발과 업체간 컨소시엄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丁사장은 대주주인 LG와 『아직 인수 절차나 경영 방침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며 『자율성 확보는 데이콤이 하기에 달려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빌 게이츠는 기술자인 동시에 「장사꾼」 능력이 뛰어난 경영자』라며 『나 자신도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성공한 최고 경영자로 평가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새 사령탑에 오른 丁사장을 만나 포부를 들어보았다.
-새 사령탑에 오른 것을 축하드립니다. 취임 소감과 평소 생각하던 경영철학좀 밝혀주시지요.
▲연구개발에만 몰두해온 사람에게 중책을 맡겨 어깨가 무겁습니다. 부족한 점은 많지만 일에 대한 열정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지금의 데이콤은 고객과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이 돼서 키워온 회사입니다. 고객들이 100% 믿고 선택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직원들에게는 비전을 제시하는 동시에 최고의 인재로 키우는 게 최고 경영자가 할 일이라고 봅니다. 고객 만족과 인간 존중의 기업문화를 가꾸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LG그룹이라는 대주주가 등장했는데, LG로부터 경영권이나 장기 비전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까
▲LG와는 아직 인수절차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사장 선임에 대해 미리 언질도 받지 못했습니다. 사장 추천위원회에서 결정이 난 뒤 비로소 알게 됐을 정도예요. 경영권이나 인수 절차 등은 매우 민감한 사항인 만큼 신중한 협의가 이뤄진 뒤 결정될 것입니다.
LG가 추구하는 종합통신그룹과 데이콤이 나아갈 길은 일맥상통합니다. 데이콤은 지난 5월 전화 중심의 기간통신사업자에서 벗어나 인터넷 기반의 종합정보통신회사를 지향하는 「비전 2005」를 선포한 바 있습니다. LG가 말하는 「디지털 강국」과 같은 길이지요. 특별히 경영방침을 바꾸거나 추가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래도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어 줄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지금 정보통신업계는 급격한 변화의 바람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격랑을 헤쳐나아갈 인재를 키우기 위한 인력 운영의 틀을 짜고 있습니다. 우선 미래의 핵심 전략사업 및 신규 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인력을 재배치할 것입니다.
특히 인터넷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데이콤의 미래는 이들의 어깨에 달려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 즉 탄력적인 조직을 만드는 작업에 손을 댄 셈입니다.
-조직에 변화를 준다는 얘기 같은데 강화시키는 분야는 어느 쪽입니까
▲인터넷 사업과 전자상거래 분야를 크게 강화합니다. 데이콤을 인터넷종합회사로 키운다면서 아직 인터넷 사업의 전담 부서가 따로 없고 임원도 없었는데 이번에 조직을 강화시켰습니다. 정보통신사업단에 속한 인터넷사업과 전자상거래 분야를 따로 떼어내 「사업단」으로 승격시키고 담당 임원을 배치할 것입니다.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분야를 특화한다고 보면 됩니다. 또 변화하는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탄력적인 조직을 만들 계획입니다.
-내년도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 계획은 마련했는지요.
▲그동안 축적한 인프라와 역량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터넷 사업자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인터넷 병목현상을 해소하는데 주안점을 둘 계획입니다. 폭증하는 인터넷 트래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 백본망에 집중적인 투자를 할 겁니다. 코리아인터넷 데이터센터(KIDC) 설립도 같은 맥락입니다. 데이콤의 솔루션을 연동시켜 입주 기업이나 서비스 이용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신규 사업이라면 언제 어디로나 뛰어갈 각오가 돼 있습니다.
또 명실상부한 1등 사업인 천리안을 전면에 내세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인터넷 포털 서비스 체계를 확실히 구축할 것입니다. 숍플라자 품목도 점차 확대할 게획이고요.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비즈클릭」도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를 기업간 전자상거래의 모델로 키울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인터넷 사업 강화에는 막대한 자금 투입이 뒤따라야 하는데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은 무엇입니까.
▲가장 효과적인 자금조달은 영업활동에 의한 내부 조달입니다. 천리안· 보라넷· 전자상거래 사업의 매출이 불어나고 있습니다. 2000년에는 1조원의 매출과 2,000억원의 영업 이익이 예상되는데 이 돈은 우선적으로 신규사업 설비 증설에 쏟아부을 작정입니다.
재무구조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투자자산의 매각도 이뤄질 것입니다. 우선 하나로통신· 한솔PCS 보유 지분을 매각할 계획입니다. 유상증자나 나스닥(NASDAQ) 상장 등 자기자본의 확충을 통한 자금조달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PC통신 등 데이터 통신 서비스 분야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인터넷 사업만을 떼내어 볼때 매출 전망은 무엇입니까.
▲천리안 가입자가 2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올해 매출액은 1,400억원을 올릴 계획인데 300억원 정도의 이익이 날 것입니다. 보라넷도 500억원 이상의 매출에 힘입어 흑자로 돌아서면서 내년부터는 큰 이익을 낼 전망입니다. 천리안이나 보라넷,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30~50%의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천리안을 따로 떼어내기로 했던 당초 계획이 바뀐 것입니까.
▲천리안 분사는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당분간은 떼어내지 않고 데이콤의 사업 부문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분사에 따른 실익을 다시한번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입니다.
-데이콤을 이만큼 끌어올리기까지는 전화사업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지 않았습니까. 이 분야는 어떻게 키울 계획인지요.
▲전화사업은 절대로 사양산업이 아닙니다. 인터넷· 전자상거래 분야를 워낙 강조하다보니 전화사업 분야가 가려 있을 뿐입니다. 데이콤이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데 안정적인 수입원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키울 생각입니다. 단순 음성통화가 아닌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빠르고 강한 인프라망으로 바꿀 계획입니다.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전화상품도 조만간 내놓을 겁니다.
-IMT-2000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데이콤은 어떤 전략을 갖고 계신지요.
▲데이콤은 18년간 데이터 통신을 주도해온 통신업체입니다. 기술력과 자격은 충분히 갖췄습니다. 어떤 표준안이 결정되더라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치중하고 컨소시엄 업체들과의 협력도 강화할 것입니다.
-주가가 연일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의 입이 벌어지고 있는데 적정 주가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까.
▲데이콤의 주가 상승은 투기나 우연이 아닙니다. 미래 핵심사업인 인터넷 사업과 전자상거래 강화에 탄력을 받은 것입니다. 그만큼 기업의 내재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얘기지요. 국내 여러 증권사들이 주당 적정 가격을 20만~33만원으로 평가했습니다. 투자자의 기대에 내실 경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대담=金仁模정보통신부장/IAKIAK@SED.CO.KR
정리=류찬희기자CHAN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