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미국발 쇼크]금리ㆍ환율ㆍ재정 딜레마에 빠진 한국 경제

미국발 쇼크의 파장이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도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금리ㆍ환율ㆍ재정 등 전방위에 걸쳐 방향타를 잡기가 녹록하지 않은 양상으로 사태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로서는 단순히 금융 리스크에 대응한다는 차원에 넘어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밑그림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물론 정부는 현 상황이 우리 경제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며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장 정부가 거시경제 정책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 역시 “우리 경제가 이 정도 충격에 휘청거릴 정도로 약하지 않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4.5% 달성에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장의 고민은 금리 정책이다. 물가 상승 압력을 누르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실제로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 1차관은 7일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계속해서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며 “기존 정책기조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럽의 재정위기, 미국의 더블 딥(이중침체) 가능성 등 해외 악재를 고려하면 금리를 올리기도 만만찮은 실정이다. 더구나 금리를 인상할 경우 요즘 국내 금융시장의 교란 요인인 외국인의 채권 매수세에 불을 더 붙일 수 있다. 당장 오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긴축 재정’이라는 MB정부 후반기의 경제운용 기조도 흔들릴 수 있다. 세계경제의 후퇴로 우리 경제의 유일한 성장축인 수출마저 흔들릴 경우 정부는 재정 지출 확대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최근 우리나라의 성장률 회복세에 비해 소득증가율은 그리 높지 않아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좋지 않다”며 “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현재로선 정부가 재정을 탄력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폭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또 지속적인 원화 강세로 수출 기업의 아우성이 커지고 경상수지가 위험신호를 보내면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을 마냥 방치하기도 어렵다. 미국 경기 후퇴가 현실화하면 수출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미 신용등급 강등 파장 및 시장영향 점검’이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모기지 금리부터 미국 국채금리까지 정부와 민간의 금리부담으로 경기 회복에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될수록 우리 정부로서는 최우선 순위인 물가 관리를 위해 환율과 금리 정책을 동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표면화된 남유럽발 위기도 유럽연합(EU) 경제권에 묶여 환율, 금리 정책 등에서 독자적이고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게 한몫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래저래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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