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에셋 플러스] 나의 자산관리 노하우,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운용 부사장

"기준은 금리…금리 2배만 벌면 만족"<br>"잃기 두려워하는 투자자" 대박 대신 안정적 수익 추구<br>가격과 기업가치 따져보고 괴리 생겼을때 주식 매입<br>부동산·채권·주식 비중 3대 3대 3이 적정


"재테크의 기준은 항상 금리입니다. 전 금리의 2배만 벌 수 있다면 족해요" 이채원(사진) 한국투자밸류운용 부사장은 대박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을 원한다. "국고채 3년 금리가 지금처럼 3.5% 수준이라면 7~10%, 5%로 오른다면 10~13% 정도면 되는 거죠. 제가 운용하는 펀드도, 제 개인 재테크도 마찬가지에요" 이 부사장은 스스로를 '잃기 두려워하는 투자자'라고 평가한다. 그만큼 신중하고 분석적인 가치투자자로 정평이 나있기도 하다. 그런 그는 연중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는 코스피지수에 대해 어떤 관전평을 내리고 있을까. "지수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봐야 합니다. 매물이 소화되고, 펀드환매도 잦아들고 있으니 금융위기 이후 제자리를 찾아가는 자연스러운 상황인 거죠. 올해는 어차피 방향성이 없는 시장이에요. 2008년 같은 뚜렷한 하락도, 2009년 같은 뚜렷한 상승도 없을 겁니다" 그의 표정은 자신감 넘쳤다. 그는 "길게 봐선 주식이 오를 수 밖에 없고, 우량주에 장기투자 한 결과는 항상 부동산이나 채권보다 훨씬 수익률이 좋았다"며 "2~3년 뒤에는 분명 좋은 성과가 나타날 것이니 떨어져도 겁내지 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반 개미투자자들이 주식투자에 성공하긴 정말로 쉽지 않다. 이 부사장은 "주식투자에 임하는 자세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시장을 전망해 투자하는 것, 둘째는 전망을 무시하고 가치를 따져 싼 주식을 사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첫 번째 방법의 경우(모멘텀 투자)는 예측이 잘 안 맞으면 큰 손해를 봅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그래서 가격과 기업가치를 계산해보고 괴리가 생겼을 때 주식을 사는 두 번째 방법을 쓰죠"라고 말했다. 그의 시각에서 볼 때 최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4~8배까지 솟은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은 프리미엄이 너무 많이 붙은 주식이다. 그는 인기가 많은 주식에서 고개를 돌려 인기가 없는 주식에 더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기업가치를 따져 투자하는 게 일반투자자들에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서 그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적극 권유한다. 이 부사장은 "다만 주식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도움이 될 겁니다.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다면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기업 주식을 사고, 현금비중을 늘리고 싶다면 현금이 많은 기업에 투자하세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원유펀드 대신 LG상사를 사고, 은행 예금이자 대신 배당률이 높은 KT나 SKT를 사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짠다면 주식 만으로도 충분히 분산투자가 가능하다"며 "나 같은 경우 직업상 직접 주식투자를 못해서 그렇지, 할 수만 있었다면 100% 주식으로 투자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이어 "다만 주의할 점은 자산가치의 3배 이상을 주고 기업을 사진 말라는 것. 주가수익비율(PER) 20배 이하로 1년에 5% 이상은 나와야 최소한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부사장의 지인들은 여전히 그를 만나면"펀드를 환매해야 하는가""중국펀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많이들 물어본다. 하지만 그는 항상 그의 자산배분 형태를 알아야 조언을 할 수 있다고 전제조건을 단다. 이 부사장은 "포트폴리오에 주식비중이 전혀 없다면 즉시 어떤 방식으로든 20~30%까지 채워야 할 것이고, 빚이 있다면 당장 펀드를 환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주가가 좀 올랐다고 시점을 재다가 코스피가 2,000을 돌파한다면 영원히 주식을 사지 못할 것"이라면서 "1,500까진 언제든 빠질 수 있다는 자세로 주식비중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뷰 중간에 슬쩍 집을 사는 것이 먼저인지, 주식투자가 먼저인지 질문하자, 그는 "예전과 달리 반드시 집을 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그래도 집을 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대답한 뒤 잠시 고민하다가 "하지만 본인의 판단에 따라 전세에 살면서 자금을 불려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볼 때 부동산, 채권, 주식의 비중은 3대 3대 3이 적정하고, 가능하다면 원자재에도 1 정도 비중을 두는 게 좋다고 했다. 그도 재테크에 실패한 경험이 있을까. 이 부사장은 "실패까진 아니더라도 지난 2008년 코스피 1,500선이 깨질 때만 해도 여유자금을 펀드에 부었는데, 900선이 깨졌을 땐 정말 못 넣겠더라. (이 분야 전문가라고 하는)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지라 똑같이 겁이 났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펀드운용을 할 때도 10종목 중 3종목이 성공하면, 3종목은 실패하고 4종목은 평균 정도일 뿐"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우량주 발굴 멀리 보는 '가치투자 전도사'
● He is…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운용 부사장은 국내 펀드업계에서 '가치투자 전도사''한국의 워렌 버핏'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운용하는 '한국투자밸류10년투자펀드'는 회사의 간판펀드인 동시에 국내 펀드업계에서도 유일하게 펀드 순자산액이 1조원 넘는 가치투자 주식형펀드다. 직장이동이 잦은 펀드매니저들과 달리 이 부사장은 지난 88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동원증권 주식운용팀장, 한투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거치며 한 직장에서 꾸준히 운용을 맡아왔다. 그의 직장경력과 비슷하게 장기 가치투자에 대해 그가 쌓아온 믿음 또한 굳건하다. 직관력이 뛰어나 미래에 벌어질 일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한, 현재 주가와 기업가치 간 괴리를 계산해 종목을 고르는 가치투자 방식이 훨씬 정확하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그때그때 인기에 영합하는 펀드를 기계 찍어내듯 만드는 국내 펀드업계 관행에 비춰볼 때, 저평가된 가치주가 언젠간 제값까지 오른다는 소신을 갖기 어려운 여건에서도 그의 소신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최근 일부 초우량주 중심의 강세 장이 장기화되면서 그는 담배가 늘었다. 중소형주에 장기투자 하는 가치투자 방식을 지향하는 그의 포트폴리오와 대치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시장의 쏠림 현상이 과도해질 경우 변동성이 커지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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