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 엘스(38ㆍ남아공)가 2주 연속 골프계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주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 47개 대회 출전 만에 PGA투어 정상에 복귀했던 그는 일주일이 채 가기도 전에 PODS챔피언십에서는 컷 탈락했다. 그러나 그가 화제가 된 것은 우승 직후 컷 탈락 때문이 아니라 캐디 백에 붙이고 나온 '자폐의 목소리(Autism Speaks)'라는 로고 때문이었다. 그는 이 로고를 통해 지난 수년동안 자신과 가족들이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 벤 문제로 마음 고생했음을 공개했다.
지난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템파베이의 이니스브룩 리조트 골프장(파71ㆍ7,295야드)에서 펼쳐진 이 대회 2라운드. 이틀 연속 2오버파로 부진했던 엘스는 컷 탈락이 확정된 뒤 기자들과 만나 자폐증과 관련해 그 동안의 마음 고생과 앞으로 할 일 등에 대해 밝혔다.
엘스에 따르면 지난 2002년 10월 태어난 그의 아들 벤이 수년 전 자폐 진단을 받았으며 이후 그의 가족들은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벤의 치료를 위해 전세계 전문가들을 찾아 다녔다.
그는 "벤은 조금 심한 상태"라며 "전문가들은 너무나 다른 이야기들을 해 그 원인이나 치료법을 제대로 알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힘겨운 나날이었으며 생활의 우선순위가, 아니 삶 자체가 달라지는 일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엘스는 "벤의 누나인 8살 사만다가 누나가 아니라 엄마의 마음으로 동생을 보살폈는데 그것도 마음 아팠다"고 했다. 엘스가 지난 3년 반 동안 우승 문턱에서 수없이 좌절하며 '황태자라는 별명이 아깝다'는 소리까지 들었던 데는 말 못할 속앓이라는 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가 더 이상 숨겨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는 판단 때문.
"널리 알려서 기금도 모으고 정보도 교환해 벤 같은 수많은 아이들을 돕겠다"는 것이 엘스의 계획이다.
그 동안은 아들의 병이 성적 부진의 방패막이로 비춰질까 꺼리다가 지난 주 우승 후 용기를 낸 것으로 보인다. "다 털어 놓게 돼 속 시원하다"고 밝힌 그는 캐디 백에 붙이고 나온 로고는 자폐증 어린이를 위한 단체인 '자폐의 목소리(Autism Speaks)'를 상징하며 자신이 그 단체에 먼저 연락해 후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엘스는 "150명중에 한 명 꼴로 자폐증을 앓고 있으며 남자 아이 발병 가능성에 더 높다고 한다"면서 "벤 같은 수많은 어린이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자폐증 홍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의 이 같은 노력은 벌써부터 힘을 발휘하고 있다. PGA투어 동료인 클리프 크레세지가 엘스에게 자신의 8살 난 아들 메이슨도 자폐증을 앓고 있다며 동참 의지를 보였다.
지난 2005년 자폐의 목소리(Autism Speaks)를 세운 공동 설립자 밥 라이트는 "엘스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세계 자폐증 어린이들을 위해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9일 펼쳐진 PODS챔피언십 3라운드에서는 스튜어트 싱크(미국)가 5언더파 208타로 단독 선두가 된 가운데 위창수(36ㆍ테일러메이드) 중간합계 3오버파 216타로 공동 35위에 랭크됐다.
악천후로 1, 2라운드가 정상 운영되지 못한 여파로 이날 3라운드 역시 6명이 18홀 플레이를 다 마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