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폭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올 전체 흑자 규모가 100억달러 언저리에 그쳐 당초 정부 예상치(150억달러)의 3분의2 규모에 머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더욱이 5% 성장률 달성에 필요한 내수경기 회복이 빨라질수록 경상수지 흑자폭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흑자 규모가 지난 2002년 이후 4년 만에 100억달러 아래로 추락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어가는 형국이다. 12일 재정경제부가 내부적으로 바라본 경상수지 분석을 보면 외국인의 배당금 송금이 예정돼 있는 3~4월 동안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됐다. 경상수지는 1월 이미 계절조정 기준으로 34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선 바 있는데 원ㆍ달러 환율의 급락 속에서 수출은 크게 줄어드는 대신 내수 회복과 원유수입 증가 등으로 수입물량이 늘어나면서 흑자폭이 정부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올 경제운용계획을 만들면서 설정한 연간 경상수지 흑자 목표는 150억달러. 한국은행은 160억달러를 예측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의 흑자가 각각 85억달러와 80억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에 연간으로 150억달러 이상은 올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를 걸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런 관측은 1ㆍ4분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뭉개지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의 배당금 송금 등이 마무리되는 오는 5월 이후에는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지만 수출입 동향 등을 촘촘히 보면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이를 인정하듯 이 관계자도 “올 상반기 전체의 경상수지는 균형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해 잘해야 소폭의 흑자에 머물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는 다만 하반기에는 적자 행진을 매듭짓고 하반기 전체로 100억달러 정도의 흑자는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인 ‘립서비스’일 뿐이다. 내부적으로는 100억달러 목표마저 포기해야 할 것 같다는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수입증가율이 1월 17.3%에서 2월 27.3%로 급등한 데서 볼 수 있듯이 현재의 내수회복 속도를 보면 100억달러는 물 건너갔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90억달러에서 32억달러로 대폭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