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상품에 대한 불합리한 과세제도를 전면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칙 없는 세제가 자본시장으로 시중자금이 흘러드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가 당장 개선해야 할 과제로 손꼽는 것은 직접투자와 펀드 간 과세가 다르고 해외와 국내 상품 간 과세 기준이 서로 다른 것이다. 실제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해 발생한 수익은 양도소득으로 인정돼 분리과세가 되지만 해외 펀드에 투자해 수익을 얻으면 배당소득으로 분류돼 종합과세 대상이 되고 있다. 또 국내외 채권에 직접 투자할 경우 매매 차익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지만 펀드를 통해 투자하면 과세 대상이 된다.
A씨처럼 손실을 입었는데 세금을 내야 하는 것도 문제다. 가입한 펀드가 투자한 주식의 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보더라도 함께 투자한 채권이나 다른 투자 대상에서 이익이 발생할 경우 과세가 돼 이중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결산 시점에 과세된 이후 손실을 본다고 해도 원천징수세액을 환급 받을 수 없는 것도 문제다. 금융투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원칙 없는 금융상품 세제에 투자자가 불복하고 반발하는 일이 많다"며 "불합리한 세제가 금융상품 투자 확대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으로 안정적 자금유입을 위해 장기투자 상품에 대한 비과세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한 계좌에 다양한 금융상품을 일정 기간 보유시 발생한 이자나 배당소득 등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폭넓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금융투자업계 간 ISA 가입 소득 기준과 비과세 한도, 포함상품 등을 놓고 의견 차가 적지 않은 가운데 ISA 도입 취지를 정부가 제대로 살려야 한다는 얘기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비과세 한도가 영국 수준(연 2,400만원)은 돼야 하고 가입 소득 기준도 8,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는 돼야 중산층이 혜택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