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6월 24일] 소방안전의 6시그마 운동

강태석(소방방재청 소방제도과장)

‘6시그마(6σ)’는 기업에서 전략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정립된 품질경영기법이다. 기업 또는 조직 내의 다양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현재 수준을 계량화하고 평가한 다음 개선하고 이를 유지 관리하는 것이다. 원래 모토로라에서 개발된 일련의 품질개선방법으로 품질 불량의 원인을 찾아 해결해내고자 도입됐다. 이런 ‘6시그마’를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화재예방 및 소방제도와 관련해 적용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우리는 화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든지 탈출 또는 피난하려는 생각에만 몰두한다. 이에 따라 고층빌딩에서부터 작은 영업장까지 피난시설이나 장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곳을 탈출해야 한다. 하지만 그 탈출이 고층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거나 호흡기를 착용하고 피난해야 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반드시 생명을 구한다는 보장도 물론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화재발생시 탈출에만 신경을 쓰는 것일까. 그것은 화재 감지기나 스프링클러 설비 등 소방시설을 믿지 못한 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불량률이 거의 없는 완벽에 가까운 경보설비나 자동소화설비제품을 생산해 설치한다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을 시도할 이유도 없고 상대적으로 피난설비의 효용은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경보 및 소화설비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유사시에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탈출하거나 피난할 때 완강기ㆍ에어매트ㆍ공기호흡기 등 피난장비에만 의존하는 실정이다. 우리보다 훨씬 고층빌딩이 많은 미국에서는 스프링클러 등 자동소화설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노력을 계속한 결과 오작동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화재발생시 외부로 피난하는 피난기구보다 건물의 내부구조를 피난에 용이하도록 함으로써 건물 전체의 안전도를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시스템을 따라 소방시설을 갖추고 화재 확산을 방지하고 있지만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문제가 심각하다. 그야말로 불량품이 없는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소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소방제품의 6시그마 운동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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