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고액자산가 기부금 탈세 잡는다] 수억대 스포츠카·이자 놀이하며 세금은 안내… 도덕적 해이 심각

종교단체·사회복지법인 등 탈루 온상<br>사용실적·영수증 내용 공개 강화해야


정부당국이 기부금 탈세에 대해 조사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이른바 비영리법인들이 탈세의 온상이라는 혐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부자와 기부단체 모두 세금탈루나 도덕적 해이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기부금 소득공제 제도는 기부금을 많이 낼수록 연말정산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돌려받기 때문에 고액 기부자에게 유리하다. 특히 낸 기부금보다 더 많은 기부금 영수증을 끊어 세금을 피하는 것은 단골 수법이다.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일부 탈세에 이용되는 것이다.


기부금을 받아 의료사업ㆍ복지사업ㆍ교육사업 등을 벌이는 법인 역시 비영리법인이라는 이유로 각종 세제혜택을 받으면서 최고급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서도 종교단체는 가장 큰 사각지대다. 종교시설은 신자 등에게 막대한 기부금을 받으면서도 과세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수의 신자를 등에 업고 권력이 된 종교단체 앞에 정부나 정치권 모두 '납세의 의무'를 말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 세법개정안에 종교인 과세를 포함시키기는 했지만 실제 제도로 이어지기는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세청이 실시하는 사후 관리조차 종교단체는 다른 비영리법인보다 접근이 어렵다.

◇수억원대 스포츠카 소유한 비영리법인=영리를 추구하지 않고 공익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는 비영리법인은 각종 세금을 감면 받고 있다. 종교ㆍ자선구호ㆍ교육학술ㆍ의료 등 경우에 따라 국세, 지방세, 부가가치세, 부동산 취득세, 상속세 및 증여세 등을 면제 받는 것이다. 법인세 역시 수익사업이 아니면 과세하지 않는다.

종교단체는 그 밖에 보이지 않는 혜택도 상당하다. 연말 국회 예산안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전통사찰복원사업은 실제로는 지역구 의원의 민원으로 사찰의 개ㆍ증축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그 밖에 임야에 대한 건축 인허가권에서도 종교단체는 일반인보다 유리하다.

갖가지 혜택을 입고 있지만 일부 비영리단체는 법인의 이름으로 고액의 외제차를 사들여 운영하고 있다.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이 낸 2011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비영리법인 19곳이 1억원 이상의 외제차 91대를 소유하고 있었다.

종교단체인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가 2005년 취득 당시 5억9,000만여원인 롤스로이스 팬텀을 소유한 것을 비롯해 종교단체 9곳이 16억원어치의 외제차를 굴리고 있었다.


사회복지법인은 경주어린이집, 태홍복지재단, 삼전복지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사단법인 원복지회 등 5곳, 학교법인은 을지학원(을지대학교)·동은학원(순천향대학교)·일청학원(경일대학교)·청운학원(대전보건대학교)·송호학원(송호대학교) 등 11곳이 1억원 이상의 외제차를 갖고 있었다.

관련기사



그 밖에 문화ㆍ장학사업을 벌이는 기타 단체 19곳도 7억원 이상의 마이바흐 등 최고가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었다.

개인명의가 아닌 법인명의로 차를 사면 실제로는 비영리단체의 고위직이 사용하면서 각종 비용은 법인이 가진 기부금으로 내게 된다. 게다가 내는 세금 자체도 일반인보다 적다.

◇기부금 허투루 쓰면 불이익 줘야=비영리법인에 대해 정부는 과세를 강화하고 탈세를 줄이는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세청이 비영리법인에 대한 사후 조사에 나섰지만 종교단체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위에 머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부의 관계자는 "기부금 소득공제 대상에서 종교단체에 대한 공제율이 10%에 불과한 것은 그만큼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소득세법상 법정기부금에 대해서는 100% 공제하지만 종교단체는 10분의1만 인정한다.

손원익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종교단체는 과세당국의 규제도 적고 세제혜택도 적은 편인데 이는 불투명하기 때문에 세제혜택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실제 대형교회의 경우 탄탄한 헌금을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거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채 부동산 양도차익을 누린다. 정부 관계자는 "종교단체는 민법상 법인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비영리법인보다도 정부의 관리에서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기부자 역시 대형 비영리법인에 기부해 자산을 은닉하고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한 세무 전문가는 "고액연봉이나 수익이 있는데 지출이 적은 경우 국세청의 집중 세무조사 대상이 되거나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통해 돈을 토해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부금을 100만원만 내고 500만원어치 영수증을 끊어 달라고 하면 대부분의 비영리단체가 받아준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비영리단체의 기부금 사용실적을 국세청에 공개하도록 했지만 이 역시 보완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손 연구위원은 "잘못된 내용을 공시해도 당국이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면 처벌할 방법이 없고 통일된 기준에 따라 공시하지 않으면 비교 자료로 가치가 없다"고 강조했다.

임세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